김민진기자
침매터널 투시도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는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최초라서 새롭고 처음이라서 어렵지만 자신 만의 주특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이라는 말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세포 분열을 거듭하는 기업이 건강하게 몸집을 유지하고 진화하려면 필요한 것은 바로 미래 먹거리다. 필연적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기업의 신기술에의 갈망과 끊임없는 변화는 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답다. 기업은 두려움과 설레임이 뒤섞인 채 처녀 항해에 나서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과실은 관련 기업과 노동자, 지역사회를 뛰어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나눠 갖는다. 그래서 주목 받을 만 하고 박수 받을 만 하다. 대규모 공사는 흔히 '대역사'로 표현된다. 큰 공사를 하고 난 기술자들은 성취감, 뿌듯함과 함께 일종의 애국심을 느낀다. 거기서 그들의 '장이' 정신이 배어 나온다. 그러다가도 또 다른 현장이 생기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발길을 돌린다. 손 때를 묻혀 이뤄낸 대역사는 장이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면서도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애증의 대상이 된다. 기업과 그 속의 장이들은 그것을 발판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 거기서 먹거리와 미래를 챙긴다. ◇ 공정률 72%..내년 12월 완공 = 부산 가덕도와 조선소가 밀집해 있는 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 '침매터널'(해저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2004년 12월 착공해 내년 말 완공예정인 이 공사는 현재 7부 능선을 넘었다. 가장 난공사로 꼽히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어진 터널 잇기 공사도 절반 이상 진행됐다. 바람과 파도, 조류와의 싸움은 1년 반째 계속되고 있다. 이제 익숙할 법도 하지만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거가대교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구임식 대우건설 상무는 현장을 맡은 침매터널 공사 착공 이후 한시도 발을 뻗고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가 느끼는 부담과 책임만큼 자부심도 대단했다. 구 상무는 "침매터널이 시공되는 구간은 평균 연약지반이 30m에 이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난코스로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첨단 장비를 이용해 터널을 연결시키고 있다"며 "터널이 완공되면 이 지역 물류ㆍ관광에 일대 혁신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가덕도와 거제도 사이를 침매터널과 사장교로 잇는 거가대교 건설은 총 공사비 1조7000억원짜리 대형 SOC 민자사업이다. 이 공사의 시작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2002년 대우건설컨소시엄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부산 가덕도와 중죽도, 대죽도 사이 3.7km 구간을 연결하는 침매터널은 최고 48m의 바닷속에 무게 4만5000t짜리 콘크리트 덩어리(터널) 18개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굴착식과는 달리 터널 구조물을 육상에서 미리 만들어 바닥속에서 연결하는 침매터널 방식은 고도의 기술력과 정밀도에 기상조건까지 맞아떨어져야 한다. 현재는 길이 180m, 넓이 26.5m(왕복 4차선), 높이 9.75m 콘크리트 터널 11개가 연결돼 해상 입구부를 포함해 수심 40m, 깊이 2150m가 이어졌다. 침매터널 길이가 아시아에서 가장 길고 침매터널 구간에 사용되는 침매함체 규모도 세계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