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어찰첩 간행 '다혈질, 세심한 여론정치가'

'정조 독살설에 부정적인 사료'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조선의 호학군주 정조(1752~1800)가 당대 노론 벽파의 거두 심환지(沈煥之,1730~1802)에게 보낸 '비밀편지' 297통이 책으로 발간됐다. 조선 22대 왕인 정조가 '막후정치'를 펼쳤으며, 그가 독살됐다는 세간의 의혹도 사실이 아님을 뒷받침해 주는 편지들이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18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대학 출판부를 통해 '정조어찰첩'(正祖御札帖) 두 종류를 발간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최초로 공개된 정조의 비밀편지는 우리 사회 각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비밀편지에서 묘사된 정조의 이미지와 실상이 기왕의 그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 어찰첩을 통해 본 정조의 모습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정국이 진행되지 않거나 정국을 어지럽히는 상소나 사안을 접하면 쉽게 화를 내고, 맘에 들지 않는 인물에 대해 '호로자식, 젖비린내 나는 놈' 등의 거친 비유로 타박하는 다혈질이다. 반면 정조의 인간적인 면모도 어찰첩을 통해 나타났다. 정조는 정치적 무게가 담긴 행간 속에서 '껄껄(呵呵)' 웃는 웃음을 담았고 심환지의 부인의 건강을 물으며 삼뿌리도 보내기도 했다. 더구나 심환지의 아들을 과거에 합격시켜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적어보내기도 했다. 정조의 병인(病因)과 사망(死亡)은 어찰첩을 근거로 보면 그의 기질과 지병에 따른 병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4년간의 편지지만 정조의 건강은 이미 지속적으로 나빠졌고 사망할 무렵에는 급속도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정조어찰첩은 정조의 제왕학의 한 단면인 여론 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정조는 여론의 동향을 중시해, 여론의 향배를 무엇보다 주목했다. 여론을 반영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움직이도록 막후에서 조정한 것. 정조는 심환지 뿐만아니라 각 정파의 핵심인물을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정조는 각 정파의 핵심인물들과 사적으로 정보망을 구축해 여론의 향배와 정국 현안에 관한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노론과 남인, 시파와 벽파 등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집적한 많은 정보를 근거로 정치적 현안을 조정하고 자신의 구상대로 각 정파를 관리하고 정국을 이끌었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전제군주를 둘러싼 수뇌부에서 진행된 정치의 실태와 생리, 따끈따끈한 실상을 담은 자료로 당대 정치사를 해명하는데 긴요한 사료"라며 "정조의 친필 원본 297건의 묶음은 그 자체로서 문화재"라고 언급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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