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이 털어놓은 '블러드' 촬영 뒷이야기(인터뷰①)

[아시아경제신문 고재완 기자]전지현이 약 500억원이 투입된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 '블러드'에서 주연을 맡았다. 처음 판타지 액션 대작에 출연한 만큼 그의 책임감도 컸다.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 많은 뒷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전지현은 12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블러드'를 촬영하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에 대해 설명했다. ◆캐스팅 됐을때="출연제의가 있었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죠. 저도 '블러드:더 라스트 뱀파이어'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정말 달랐어요. 특히 사야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죠. 그래서 제가 꼭 하고 싶다고 했어요." 사실 이 영화를 촬영하기 전까지 전지현은 운동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요즘은 하루에 60분 이상 운동을 하지 않으면 하루의 시작이 안될 정도인데요 그때는 런닝머신 근처에도 안갔어요. 사야는 저를 운동하게 만들만큼 매력적인 존재였죠." 처음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전지현이 한 생각은 "믿음을 심어줘야겠다"는 것이었다. "제가 한국에서 익숙하고 어느 정도 여태까지 걸어왔던 길이 있잖아요. 편견이라면 편견일수도 있고 선입견 일수도 있는데 전지현이라는 색깔을 가지고 있는거죠." 전지현은 자신의 메리트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조금만 해도 보통 이상으로 평가되는 부분도 많았죠. 정말 못했는데 '괜찮다'고 평가받을 때도 있었어요. 안타까웠죠. 괜찮다고 익숙해지는게 두려울 정도였어요." 하지만 해외에서 전지현은 백지장이었다. "백지장에 해외 스태프들이 색깔을 입혀주는 거예요. 한국에 있었으면 제가 뱀파이어 헌터, 칼을 휘두르는 역할을 할 수 있었겠어요? 해외 작업하면서, 그들에게 나를 맡기면서 내가 하는 만큼 보여지고 색깔을 입힐 수 있었던 거죠." 액션이라는 장르도 마음에 들었다. "해외나가면서 언어라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힐 건 자명하잖아요. 그래서 한국 배우들이 한국보다 활동이 많이 제한돼 있는 거죠. 그런데 '블러드' 출연제의를 받고 장르가 액션이라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매력을 느꼈어요. 해볼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죠." ◆촬영을 하면서="요즘은 많은 배우들이 해외에서 활동도 하고 경험이 있으셔서 관객들조차 배우들의 해외 진출을 익숙해하잖아요.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처음이었어요." 때문에 전지현은 여배우로서 뭔가 새로운 영역을 시작한다는 자체가 어려웠다. "노하우도 없이 그냥 가서 부딪쳐서 경험해서 느끼고 고치고 했죠. 지금 생각하면 영화 끝날 때까지 그런 것 같아요. '그때 그건 맞는 건 아니었구나'라고 영화 끝까지 공부하면서 부딪혀가면서 배웠던것 같아요. 물론 처음부터 가르쳐줬다면 더 잘했겠죠."(웃음) 언어의 장벽도 그에게는 큰 벽으로 작용했다. "영어로 연기를 할 때 감정을 표현하는게 너무 낯설고 어렵고 이상했어요. 말할 때 보면 내가 징그러울 때도 있더라고요. 그러면 안되잖아요. 가짜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대화 코치를 뒀죠. 해외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대화코치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같아요."

'블러드' 전지현

전지현은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고 말했. "한국 영화와 다르게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안해주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죠. 한국영화 현장에서는 촬영하고 모니터로 돌아와서 연기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스태프들도 부족한 점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해외 촬영은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전지현에게 처음 접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이라는 것은 참 신기했다. "용돈도 주고 워킹타임이 정확하더라고요. 일주일에 한번은 꼭 쉬었고 그런 스케줄이 안지켜지면 스태프들 사이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어요. 한국 시스템에 젖어 있던 저는 참 좋기만 했는데 말이죠. 그 와중에 '한국 배우들은 열심히 한다. 지아나는 불평도 안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어요."(웃음) 그래도 바쁘면 어쩔수 없다. "촬영 마지막에 시간이 모자르니까 거기도 다 점심 거르고 잠안자고 촬영하더라고요." ◆액션은 힘들어="저희 무술감독님이 홍콩의 원규 액션감독님이세요." 원규는 '히어로', '트랜스포터' 등의 무술감독을 맡았던 인물이다. "원규 감독님의 장점이 액션배우가 아닌 배우를 액션배우로 성장할수 있게 해주시는 것이죠. 여자가 액션을 할 때 아름다운 선을 나오게 해주세요. 같이 해보니까 여자배우와 잘 맞는 액션감독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지현은 원규에서 영화 '니키타'를 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여자가 액션을 펼치는 영화가 많지 않잖아요. 촬영을 할 때 새로운 면이 많았고 이런 식으로 여자가 액션을 할때 부드러움과 아픔이 느껴진다고 설명해주셨어요. 새로운 액션이 나왔으면 좋겠죠." 액션을 하다 너무 힘들어 한번은 매니저에게 '내가 만약 이 영화를 끝나고 나서 또 다른 액션을 한다고 제의를 받거나 욕심을 내면 지금 나의 기분을 상기시켜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다시는 액션 영화 안찍는다고 말했단다. "한달내내 밤에 비를 맞으면서 촬영했어요. 그거 진짜 사람이 이상해지는 길인 것 같아요. 아르헨티나에 한달, 중국에 세달반을 있었는데 집을 떠나 오래 있으니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크더라고요." ◆촬영이 없을 때="몸에 안좋은 건 안하는 스타일이죠.(웃음) 원래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걸 좋아해요. 물론 안 그럴 때도 있지만 왠만한면 그러려고 하죠. 지금 내가 공복이다 싶으면 어떤 음식이 처음에 들어가는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런 것 까지 생각하는…" 이런 스타일의 전지현이 중국에서 세달 반이나 있었으면 꽤 힘들었을 법도 한데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단다. "중국의 쿤밍과 딸리라는 지역에서 촬영을 했는데요. 그 곳은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과는 꽤 달라요. '여기가 중국이야?'라고 할만큼이요. 그곳에 매력을 느껴서 눌러 앉은 외국인도 많데요." 전지현이 그곳을 얼마나 마음에 들어했는지는 다음 말을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청담동보다 더 파스타나 치즈케이크를 맛있게 하는 레스토랑이 있어요. 또 시골이라 고생만 할 줄 알았는데 조금만 나가면 시장이 있어요. 밭에서 일군 싱싱한 채소, 과일이 수북하죠. 그런 과일은 처음 먹어봤어요. 아직도 그곳 복숭아를 잊지 못해요."(웃음) ◆앞으로의 전지현은="사실 경력에 비해 작품이 부족한 것은 알고 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노력해야하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저는 계속 일만해왔어요. 다른 생각 많이 안하고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전지현에게는 그것이 아쉽다. "그때 그 감정을 느껴야하는 순간에 못느끼고 일만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 소중함을 깨닫고 있죠. 그래서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지금은 느낀 감정을 연기 로 표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배우로서 나이가 든다는 것 연기를 표현해낸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름답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수 있는 거잖아요. 저는 그래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작품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오히려 여유가 있어요. 물론 노력은 해야죠."
고재완 기자 star@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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