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수 생략하고 동반자와 캐디에게 정성더한 '감사의 뜻' 전달하면 충분
국내에서 홀인원이 가장 어렵다는 해남 파인비치골프장 비치 6번홀. 전장이 무려 215m로 거리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바다 건너 그린까지 해풍을 제압하며 볼이 날아가야 한다.
"한번에 쑤욱~"
홀인원은 '홀 메이드 인 원스트로크(Hole made in 1 stroke)'의 약자다. 물론 파3홀에서 단 한번의 샷으로 볼을 홀에 집어넣는 것이다. 당연히 확률은 희박하다. 이때문에 홀인원을 기록하면 3년 동안 행운이 뒤따른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홀에서 볼을 꺼내기 전에 큰 절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골퍼들에게는 괴로운 일일 수도 있다. 골프장에 기념식수를 하거나 동반자와 기념라운드를 하는 관례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일부 골퍼는 그래서 홀인원 사실을 애써 숨기고, 이러다보면 주위 사람들에게 '자린고비 골퍼'로 낙인 찍히는 경우도 있다. 홀인원의 모든 것, 이제부터 시작이다.
▲ '적당한 비용'은 얼마= 사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홀인원은 하면 할수록 기분좋은 진기록이다. 담당캐디에게 사례비도 후하게 주고, 골프장에 기념식수도 하고, 동반자들과 뒷이야기를 나누며 술도 거하게 사면 된다. 요즈음에는 그러나 골프대중화와 함께 이렇게 마음놓고 기분낼 수 없는 골퍼들도 상당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최소한의 예의는 갖출 수 있을까. 일단 캐디에게는 감사의 뜻을 전한다. 큰 돈을 줄 필요는 없고, 5만원이나 10만원 정도면 족하다. 그늘집에서 마주친 앞뒤 팀에게는 간단한 음료를 사면 좋다. 동반자들과는 저녁을 함께 하거나 홀인원패를 받는 날 기념라운드를 한다. 홀인원을 한 골퍼가 그린피를 부담하고, 동료들이 캐디피를 내면 모양새가 좋다.
기념라운드 비용도 부담스럽다면 동료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골프볼 등 간단한 선물을 돌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볼에는 기념문구를 새긴다. 인터넷에서 '로고볼' 등으로 검색하면 제작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작업체에 볼을 주문하면 공짜로 문구를 새겨주는 곳도 많다.
금강산 아난티골프장 14번홀, 일명 '깔때기홀'로 불리는 이 홀은 그린이 오목하게 조성돼 볼을 올리기만 하면 홀인원이 된다.
▲ 홀인원보험으로 '걱정 끝~'= 최근에는 만약을 대비해 보험을 준비하는 골퍼들도 많다. 홀인원이 나오면 200만~ 300만원의 축하비를 든든한 '돈줄'(보험사)이 대신한다.
무조건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정규 18홀 골프장에서 기록해야 하고, 특정 홀이 지급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바로 금강산 아난티골프장의 14번홀(일명 깔때기홀)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홀은 그린이 오목하게 되어 있어 그린에 볼을 올리기만 하면 저절로 홀인원이 된다.
해외 골프장에서 기록한 것도 대부분 인정하지 않는다. 골프장 임직원이 자사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프로골퍼도 제외다.
대개 라운드 중 상해와 골프용품의 도난과 파손, 타인에 대한 배상책임 등을 한데 묶은 골프보험과 함께 묶어서 판매한다. 현대해상과 한화손해보험, LIG손해보험 등 대부분의 손해보험사가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년 단기 소멸형과 10년 만기 환급형 등이 있는데 주로 소멸성이 많다. 보험료는 보장내용과 금액에 따라 3만~ 20만원까지 다양하다.
홀인원 보험사기가 종종 화제가 되기도 한다. 2005년에는 전남지역 골프장 지역을 돌며 캐디에게 심부름을 시키거나 일부러 볼을 아웃오브바운스(OB) 구역으로 날려 정신없게 만든 후 미리 준비한 볼을 홀에 넣는 수법으로 6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일당이 적발됐다. 이 사건이 보험사들이 홀인원 보험금을 인하하는 계기가 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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