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인]주말은 서울성곽 산책으로

서울성곽은 도성의 역할로 우리네 삶터와 함께한 시간만 500년이 넘는다. 서울성곽은 흔히 말하는 동ㆍ서ㆍ남ㆍ북대문을 잇는 긴 성벽이다. 서울의 주요 산인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두루 거쳐 총 길이는 5만9500척, 약 18.2km에 달한다. 헐리고 무너져 내려 건물이 들어서거나 길로 닦인 곳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성곽터 곳곳에는 오랜 사연이 담겨있는 문화재들이 숨어 있다.

[사진] 왼쪽부터 창의문, 인왕산에서 가는 길 성곽벽, 선바위, 국사당, 단군성전, 경교장, 돈의문 터, 이화여고박물관, 중명전, 정동교회 자료제공: 사단법인 문화우리

◇ 창의문-돈의문 코스 자하문으로도 불리는 창의문은 4소문 중의 하나로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해 있다. 창의문 왼편 성곽터를 따라 복원된 성곽을 밟으면서 인왕산 등반이 시작된다. 정상에 오르면 확 트인 시야에서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 날씨가 좋다면 테헤란로의 빌딩 숲까지 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조금 걷다보면 치마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치마바위는 중종반정때 인왕산 기슭으로 내보내진 폐비 신씨가 경회루에서 자기집을 바라볼 왕의 눈에 띠도록 높은 바위에다 자신의 치마를 아침에 내다 걸어 사랑을 표시한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하산할 즈음 곧 스님이 장삼을 입고 서있는 것 같다는 특이한 모양의 선바위와 나라의 굿을 지냈던 국사당을 만나게 된다. 간혹 국사당에는 굿판이 열리기도 해 재미난 구경도 할 수 있다. 성곽터로 추정되는 주택가 길을 지나면 사직공원 내 단군성전과 권율장군 집터를 볼 수 있다. 기상청, 서울시 교육청 쪽 성곽터를 지나면 백범 김구의 개인사저였던 경교장과 멸실된 서대문인 돈의문 터까지 걸으면 하루 1구간 성곽터 밟기가 마무리 된다. ◇ 정동-숭례문 코스 돈의문 터 맞은편 경향신문사 앞길은 정동길로 이어져 있다. 정동은 개화와 선교의 역사를 품고 있다. 우선 이화여고 박물관에 들르자. 근대화 시기 초대 이화여고 모습 그대로를 재연해 놓은 교실과 이화여고의 역사를 살필 수 있다. 주변에는 우리나라 여성신교육의 선구자인 초대학당장 스크랜톤의 동상과 유관순 우물터도 보인다. 이화여고를 나와 근대 조선말 치욕의 역사를 보여주는 옛 러시아 공사관과 중명전에도 가보자. 옛 러시아 공사관은 명성황후 시해 후 고종이 1896년 2월 세자와 함께 옮겨가 이듬해 경운궁으로 환궁할 때까지 피신했던 곳이다. 중명전은 1905년 을사5조약이 체결된 곳으로 러시아계 색 타일이 눈을 끈다. 정동길 끝자락에 한국 최초의 프로테스탄트 교회 건축물인 정동교회가 있다. 교회를 거쳐 배재공원, 4소문의 하나인 소의문 터를 지나면 복원 공사중인 숭례문이 나온다. 가는 길에 새로 복원한 성곽도 볼 수 있다. '성곽답사와 국토기행'의 저자이자 답사 전문가인 유근표씨는 "과거에는 서울성곽이 왕권과 국방유지, 치안을 상징했다면 오늘날에는 국가문화유적으로, 건축사적으로 의미가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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