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연① '권상우 때리는 연기 재밌었다'(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정애연을 실제로 만나게 되면 먼저 쭉 뻗은 '기럭지'에 감탄사를 내뱉게 되고 둘째로 CD 한 장보다 작은 얼굴에 놀라게 된다. 성격만큼이나 시원스레 자리잡은 눈, 코, 입과 주먹만 한 얼굴은 왠지 현실의 것이 아닌 듯한 착각을 안겨주기까지 한다. ● "제나 역, 저와 잘 어울리는 역할이죠" 비현실적인 외모와 달리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서 그가 연기하는 제나는 네 명의 주요 캐릭터 중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라디오 PD 케이(권상우)와 그를 아빠이자 친오빠, 연인으로 생각하는 작사가 크림(이보영) 그리고 매끈한 차림새와 말투의 의사 주환(이범수). 이들의 감정은 멜로드라마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자유분방한 사진작가 제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칠고 날 선 느낌이 강하다. 제나는 직설적인 반면 비밀스럽고 마음 속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정애연이 맡기로 한 제나 역은 애초에 최송현 전 KBS 아나운서가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영화 '인사동 스캔들'과 촬영 일정이 겹쳐 결국 중도 하차했고 그 자리를 정애연이 꿰찼다. 정애연은 "캐스팅 경쟁에서 탈락한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옆에 있던 매니저에게 장난기 어린 푸념을 늘어놓았다. "제나라는 인물이 저와 잘 어울릴 것이라 자신했으니 더 아쉬웠죠.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포기했어요. '내가 더 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미련이 있긴 했죠." 정애연의 발언이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강한 인상의 캐릭터인 제나 역은 단정하고 착실한 이미지의 최송현보다 자기 주장이 강하며 중성적인 이미지를 지닌 정애연과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사실이다. 정애연 역시 "감독님이 고민을 정말 많이 하시다가 이틀 전 바꾼 건 제나 역의 이미지에 절 넣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원태연 감독도 촬영 이틀 전 합류한 정애연에게 "50%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며 안심시켰다. 감독이나 다른 배우들과 미리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기회도 없이 촬영에 들어간 것은 정애연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캐릭터를 연구하고 준비할 시간이 이틀로는 턱 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 "권상우 굴욕신, 죄송하면서도 재밌었어요" 정애연이 제나 역에 빨리 동화됐음은 두 번째 촬영분량이자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권상우 굴욕신'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이는 극중 케이(권상우 분)가 주환과 크림을 결혼시키기 위해 주환의 약혼녀 제나에게 파혼을 요구하는 장면. 제나는 자신이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협박하는 케이에게 굴욕스런 순간을 안겨준다. "감독님이 콘티도 안 짜준 장면이에요. 어떻게 연기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죄송하기도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제가 언제 그렇게 해보겠어요. 연기를 빙자한 거죠. 아쉽게 실제로 찍은 것보단 짧게 편집됐더군요." 정애연은 새해 첫날 권상우와 키스신을 찍기도 했다. 권상우가 "워낙에 소탈하고 편안한 사람인 데다 유부남이어서 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정애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20대 후반은 신인 여배우로서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무용을 배우던 학생이 연기자가 돼 비중 있는 조연으로 성장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다고 말할 수 없다. 정애연은 데뷔가 늦은 만큼 남들보다 더 많은 걸 고민하고 경험하고 싶어 한다. "예쁜 이미지보다는 개성 강하고 색깔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 배우로서 품고 있는 꿈이다. 현재의 가속도를 이어간다면 정애연의 30대는 '매우 맑음'이다. <center></center>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영상 윤태희 기자 th20022@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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