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페 운동성능에 세단 활용도 갖춰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기자들을 만나면 늘상 농담삼아 하는 말. "우리 싼 차 아닙니다."
유럽에서 대중브랜드로 인지되고 있는 폭스바겐이지만 한국서는 고급 수입차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폭스바겐코리아의 전략이다. 그러나 폭스바겐그룹 내에 아우디라는 고급브랜드와 람보르기니라는 슈퍼카 브랜드를 갖고 있는 폭스바겐은 고급화에 어딘지 모를 한계를 갖고 있던 것이 사실.
그런 폭스바겐이 드디어 폭스바겐 스타일의 고급화라는 방향을 잡았다. 바로 CC를 통해서다.
이름부터 편안한 쿠페(Comfort Coupe)를 표방한 폭스바겐CC의 디젤 모델인 2.0TDI를 시승했다. 생김새부터 미끈하게 빠진 쿠페 스타일이다. 골프나 페이톤에서 구현됐던 둥그스름한 엉덩이가 더 작고 날렵해졌으며 파사트가 완성시킨 단단한 인상은 더 얇고 부드러워졌다. 눈매도 매력적이다. 꼭 웅크리고 있는 맹수의 상이다.
깔끔한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생각보다 널찍하다. 실제로 플랫폼을 공유하는 파사트에 비해 길이나 폭이 상당히 커진 반면 높이는 낮아졌다. 쿠페 특유의 디자인으로 뒷좌석의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앞뒤 폭은 넓지만 앉은키가 큰 사람에게는 위아래가 다소 불편하다.
계기판이나 센터페시아 등 내장은 파사트를 닮았지만 페이톤에 적용된 고급스런 디자인도 잘 가미돼 있다. 썬루프는 완전 개방은 안되지만 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시원하다.
할 말이 많은 부분은 역시 주행성능이다. 폭스바겐의 모델들은 '달리고 멈추고 통제하는' 기능이 완벽에 가깝다. CC도 마찬가지다. 2000cc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힘이 좋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니 디젤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튀어나가는 느낌이 강하다. 촘촘히 변속돼 속도가 올라가는데 '2000cc에는 4단이면 충분하다'는 국내 브랜드들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어진다. 6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와 2000cc 디젤엔진은 정말 찰떡궁합이다. 강한 토크가 변속기를 거치면서 더욱 업그레이드돼 고스란히 주행성능으로 이어진다.
35.7kg.m의 토크는 사실 6기통 3000cc급에서나 나오는 수준이다. 이런 힘으로 달리는데 공인 연비가 16.2km/l이며 체감 실연비는 그 이상이다. 시트 역시 몸을 잘 잡아줘 고속 주행에서도 불안함이 없다. 컴포트-노멀-스포츠로 주행상태를 세팅할 수 있는 기능도 아우디에나 적용됐던 것이다.
보통 쿠페는 세컨드 카로 활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CC라면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쿠페의 운동성능에 일반 세단의 활용도를 갖췄기 때문이다. 탁월한 연비에서 기인하는 경제성은 물론 넓은 트렁크 공간, 못 등으로 인한 펑크를 자동으로 복구해주는 기능 등 다양한 편의사양은 패밀리 세단 못지않은 수준이다.
만족스러운 점은 고급스러움이지만 아쉬운 점 역시 고급스러움이다. 4도어 자동차, 그것도 폭스바겐의 모델 치고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내장과 성능을 갖췄지만 경쟁사의 전형적 쿠페들에 비하면 다소 대중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5040만원이라는 가격은 충분히 경쟁력있다. 실제로 출시 6주만에 200대가 팔렸다. 한국 시장서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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