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식 할아버지, 충남대 한문학과 편입학
“좋아서 시작한 공부, 후배들 가르치고 싶어”
2일 풋풋한 신입생들의 싱그러움이 넘쳐난 대전 충남대학교 교정에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 한분이 수줍은 미소로 나타났다.
박정식 할아버지
“공부요? 그저 좋아서 하는 것이지요.”
백발의 어르신은 73세로 충남대학교 한문학과에 편입, 새 도전을 시작한 박정식 할아버지.
1937년에 태어난 그는 1981년 27년간 몸담았던 군대를 떠난 뒤 끝없는 ‘공부 무한도전’에 나섰다.
박 할아버지는 군 시절 조선대 법학과를 다니다 전역한 뒤 방송통신대 법학과에 편입, 1994년 처음으로 학사학위를 땄다.
그리고 몇 년을 준비해 일흔을 바라보던 2000년에 대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졸업 땐 평점평균 4.5점 만점에 4.4점으로 ‘수석’의 영광까지 거머쥐었다.
할아버지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한자능력시험에 응시해 3급에서 2급을 넘어 결국 1급 자격증까지 모두 딴 것이다.
2007년엔 충남대 평생교육원에서 한자교육지도사와 한문교육지도사자격증도 땄다.
그는 내친 김에 충남대 한문학과 편입에 도전, 당당히 합격해 손자뻘 학생들과 다시 청춘(?)을 불사르게 됐다.
박 할아버지는 “일흔이 넘어 힘들지 않겠냐는 걱정도 있지만 군생활의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있어 체력적으론 문제가 없다”면서 “오히려 편입한 첫학기에 18학점 밖에 들을 수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한자한문교육을 시키고 싶단다.
'한문에 조예가 깊다'는 소문이 퍼져 살고 있는 아파트, 교회, 도서관 등에서 한문교육을 부탁하는 일도 많다.
그는 “어느 곳에서 가르칠지는 모르겠지만 대학교에서 체계적으로 한문교육을 받아 제대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면서 “주어진 2년 동안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난 뒤 또 다른 목표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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