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한다. 사실상 외환위기 이후 10여년만에 공적자금이 부활되는 셈이다.
건설·조선업에 이어 해운업종 구조조정이 본격 추진되고,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대기업들도 자산매각·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 수순을 밟게된다.
정부는 1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담은 기업구조조정 추진 방향과 전략을 확정했다.
◆공적자금 10년만에 부활
정부는 기업구조조정 지원을 강화하고 경기상황 악화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을 위해 캠코 내에 가칭 '구조조정기금'을 신설키로 했다. 정부는 기금 조성을 위해 3월말까지 자산관리공사법 개정 등 관련 법제를 보완할 예정이다.
구조조정기금은 은행권이 보유한 기업의 부실채권 매입용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과거의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유사하다. 또한 기금 재원이 정부 보증채 발행으로 마련되고,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정부는 향후 경기상황 등을 고려해서 기금의 규모를 결정하고, 필요시 추가적인 기금 조성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경제상황이나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증가가 예상과 다르기 때문에 기금 규모는 2월, 3월의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며 "목적과 용도,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채권 매입 확대
정부는 또 캠코의 부실채권 매입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캠코 자본금을 현행 6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캠코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 진행중인 저축은행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인수를 3월까지 완료하고, 4월부터는 은행권으로 매입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PF대출 뿐만 아니라 가계ㆍ기업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채권도 매입대상이다.
캠코외에도 산업은행과 민간자금이 참여하는 구조조정펀드도 활성화된다. 산업은행은 내달 중 우선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환율변동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위주로 지분을 사들여 정상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경우 양도차익의 법인세 분할 과세, 금융기관 채권포기 손실 손금산입 등의 세제 지원을 허용키로 했다.
◆대기업 구조조정도 본격화
정부는 건설ㆍ중소조선사에 이은 구조조정 대상업종을 해운업으로 확정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해운업은 세계물동량이 줄면서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업종 중 하나"라며 "국토해양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 구조조정도 조만간 본격화된다. 4월말까지 주채권은행들이 44개 대기업계열의 작년말 기준 재무구조 평가를 실시, 불합격 그룹을 중심으로 자산매각ㆍ계열사 정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키로 했다. 주채권은행들은 이미 지난 10일 작년9월말 기준 재무지표를 토대로 약식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정부는 또 현재 진행중인 건설ㆍ중소조선사 구조조정의 경우 워크아웃 실사를 거쳐 경영정상화 계획을 3월말까지 확정하고, 1차 평가에서 제외된 업체에 2차 신용위험평가도 3월말까지 완료해 후속조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동수 위원장은 향후 구조조정 원칙에 대해 "건설·조선업과 같이 부실이 나타나 구조조정중인 산업분야는 신속히 완료하고, 향후 경기악화에 따라 나타날 부실기업의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적 장치와 재원을 사전에 준비할 것"이라며고 설명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김준형 기자 raintr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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