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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최악의 까오카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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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악명높은 대학 입학시험 '까오카오'가 오는 7~9일 치러진다. 올해는 역대 최악의 시험이 될 것이라는 살벌한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현지 여론과 보도들을 종합하면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응시생의 절대 수가 급증했다. 최근 중국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까오카오 응시생은 지난해보다 98만명 증가한 1291만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한국의 경기도 전체 인구(1360만명)가 한꺼번에 시험을 보는 수준인 셈이다. 각 대학의 모집인원은 크게 바뀌지 않았으니,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주요 대학 문을 향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학습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재수생도 20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다이어리]최악의 까오카오가 온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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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올해 응시생들은 한국의 고등학교 학제와 유사한 '고중' 재학 3년의 시간을 내내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학생들이다. 제로코로나의 압박 속에서 그간 온라인 수업과 학습에 익숙해져 버린 상태라는 점도 학생들 사이에선 시험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다. 중국 최고의 명문대로 불리는 칭화대와 베이징대는 성(省)내에서 10등 이내로 한 자릿수 안에 들어야 입학이 가능하니, 신분 상승의 '마지막 사다리'를 향한 열망과 긴장이 어느 정도일 지 짐작할 만하다. 중국에서는 시험이 있는 6월을 두고 '헤이리우위에(黑六月·어둠의 6월)'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이달 들어 관계 당국은 수험생을 위한 서비스 최적화에 나서겠다며 떠들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국가기상청은 기타 관계 당국과 협력해 당일 날씨와 자연재해 정보를 면밀히 분석하고 미리 준비하겠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치안이나 소음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발표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의 까오카오 관련 소식에 대해 중국 내에서 나오는 대체적인 반응은 '안타까움'이다. 관련 기사에는 "그 중 졸업하자마자 실업자가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졸업 후 건설 현장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댓글이 달렸다.


지난 4월 기준 중국의 청년실업률(16~24세)은 20.4%로 역대 최고치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하계 졸업의 영향으로 상반기 점차 증가하고, 7월에 정점을 찍은 뒤 8월에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에서는 7월까지는 관련 수치가 추가로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상황에 놓인 중국인들마저도 한국의 '경쟁'에 혀를 내두른다는 것이다. 취재 현장에서 마주치는 중국 현지 매체 기자들은 종종 "한국의 경쟁이 엄청 치열하다고 들었다"며 우리나라 상황을 물어온다. 아이스 브레이킹 차원에서 이들이 건네는 단골 멘트 중 하나다. "중국도 한국도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고 뭉뚱그려 답하고 나면 복잡한 심경이 된다. 한국은 이러저러한 해법을 찾았으니 중국에서도 참고할 법하다고 소개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함께 한숨을 쉬는 것으로 대화는 마무리되곤 하는 것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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