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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지(地)-기(技)-자(資)정학 격변기 대응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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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발 경고음의 연속이다. 500대 기업 1분기 영업이익이 1년만에 25조원 정도 감소하며 반토막이 났다. 상장중견기업 713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도 31 %감소했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경기순환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질서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하기에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전통적인 지정학적 요인에 첨단기술이 영향을 미치는 기정학, 천연자원이 변수로 부각되는 자정학이 중첩되는 복합적인 삼각파도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기존 관점의 근본적 변화와 대응이 필요하다.


19세기에 등장한 지정학은 대륙, 해양, 해협, 반도 등 지리적 위치에 따라 국제정치적 위상이 영향을 받는다는 접근이다. 서구열강 간 각축과 세력확장에 따른 역학관계를 반영한다. 20세기 후반에 제기된 기정학은 첨단기술 역량을 국제외교의 주요변수로 본다. 대만 TSMC는 중국에 맞서는 전략적 가치의 핵심으로 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리운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작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미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및 중국 시진핑 주석과 회동하면서 위상을 보였다. 미국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 행사에서 "과거 50년 동안 석유 매장지가 세계 지정학질서를 결정했지만, 향후 50년은 반도체 공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KAIST는 연초 발간한 '미래전략 2023' 표제를 '기정학의 시대'로 붙였다.


[발언대]지(地)-기(技)-자(資)정학 격변기 대응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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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학은 21세기 들어서 미국-유럽연합(EU)에 대립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블록화에 기타 국가가 합세하면서 부각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10대 자원부국인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중국, 브라질, 이라크, 베네수엘라 7개국 간 연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이들은 자원거래에서 자국통화를 사용하고 향후 공동통화를 만들어 기축통화인 달러체제에서 이탈하려는 의도를 가시화하고 있다. 글로벌 개방경제에서는 단순거래상품인 일부 천연자원이 블록경제에서는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물자로 성격이 변화할 전망이다.


지정학 관점에서 우리나라 산업화는 미국-소련이 대립하는 냉전체제에서 기회영역을 확보했다. 자유민주 진영의 최전선이라는 전략적 가치로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고 수출시장이 열렸다. 현재의 핵심산업인 반도체도 기정학적 변수가 출발점이었다. 반도체 산업은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1960년대 급성장했으나 1970년대부터 일본 기업들이 약진해 시장을 주도했다. 미국 정부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1986년 1차 미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했고 제3의 공급국가가 등장할 환경이 조성됐다. 이러한 흐름에서 삼성전자는 1983년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건설했고 1992년에는 일본의 점유율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후 유지되던 산업구도는 최근 미국-중국 반도체 전쟁으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1980년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기회를 주었던 기정학적 변수가 2020년대에는 위기적 요인으로 재현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사업환경 측면에서 현재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증폭되고 기정학적 변수가 대두되면서 자정학적 블록이 부상하는 격변기다. 전략적 대응방향으로 '지리-기술-자원'이 복합된 국제질서 변화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지정-기정-자정의 교차점인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아에서 확장되는 사업기회에 주목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위험감수성을 높이고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Agile·Flex·Risk)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김경준 전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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