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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尹, 기득권 장벽을 들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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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尹, 기득권 장벽을 들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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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산업부장]"윤석열 정부라고 다를까요. 문재인 정권 5년 간 반기업 성향이 워낙 강했던 탓에 ‘친시장·친기업’ 드라이브가 더 요란하게 느껴지는 것 뿐이겠죠. 역대 정권 모두 취임 초 ‘규제 혁신’을 외쳤지만 결국 말 뿐이었어요. (이번 정권도) 큰 기대 안합니다."


최근 만난 대기업 임원의 말처럼 규제 혁파는 지난 30년 간 새 정부의 단골 구호였다. 진보든 보수든 ‘낡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대동소이했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고용 증가→임금 상승→소비 진작→경제 성장 촉진’의 선순환 궤도로 이어진다는 데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여러 차례 과감한 개혁을 주문했음에도 ‘규제와의 싸움’에서 매번 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 지도자들은 복잡 다단한 규제를 너무 쉽고 성급하게 바꾸려 했다. 모든 규제는 존재의 이유와 명분이 있다. 규제라고 다 나쁜 것도 아니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허울을 쓰고 특정 집단을 챙기는 도구로 전락한 ‘못된 규제’가 문제다.


기득권에게 규제는 이익이자 권력이고 밥그릇이다. 누구든 자신들의 ‘이익 생태계’를 깨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중간에서 설계를 해야 할 관료 행정은 자기보호 본능에 충실한 채 복지부동한다. 최악의 공식이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이유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다를까.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 국회에 발의된 규제 법안은 4100여 건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의 3배다. 2018년 법인세 최고 세율은 22%에서 25%로 올렸다. 과표 구간도 3000억원 초과 기준을 신설해 기업에게 돈을 더 걷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다른 ‘역주행’이었다.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등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친노조·반기업 정책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이 표면적으로 ‘기저효과’를 볼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당장 대통령 취임 만찬에 대기업 총수들을 처음으로 초청했고 헤드 테이블로 불러 직접 술을 따라주며 대접했다. 적어도 기업을 적폐로 규정한 문재인 정부의 기업관과 경제관은 답습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재계는 온전히 믿지 않는 눈치다. ‘한철 장사’가 끝나면 과거 정부처럼 기업을 동원의 대상 정도로 여길 수 있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리라. 더욱이 그는 기업에 수사 칼자루를 휘둘렀던 검찰 출신 대통령이다.


여건도 최악이다. 유례없는 의석 차이를 보이고 있는 여소야대의 벽을 넘어야 한다. 대통령의 의지가 아무리 높아도 국회 동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여야는 ‘협치’는 커녕 사사건건 곳곳에서 극한 대치 중이다. 21대 국회 임기는 2024년 5월까지다. 글로벌 격전 속에서 무기를 들고 싸워야 할 기업들은 앞으로도 2년 여 간은 손발이 묶인 채 고군분투해야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重苦)가 들이닥치며 앞날이 안갯속이다. 급격하게 올린 최저임금과 획일적인 근로 시간 단축으로 경제 체력도 바닥났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긴축 정책, 고물가와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겹겹이 악재다.



규제 혁신은 이제 생존의 문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어제의 정답이 더 이상 내일의 정답은 아니다’라는 명제만 확실해진다. 5년 뒤 ‘윤석열은 달랐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라 미래가 달렸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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