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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백신의 정치학, 의학 그리고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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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백신의 정치학, 의학 그리고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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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신만 만들면 모든 사태가 종료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희망이 현실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안전한 백신은 없다. 지구촌은 코로나19 백신의 거대한 임상 시험장이 됐다. 임상 시험장으로서 우리 상황을 보자. 6월 둘째 주까지 백신 접종자 수가 1300만명을 넘어섰다. 이상반응 신고 건수가 약 4만5000건이다. 이상반응 출현율 0.3% 수준이다. 백신 접종 후 신고된 사망자 수는 300명을 조금 넘겼다. 0.002%도 안 되는 사망자 비율이다. 여기에서 이상반응의 정치학, 의학 그리고 사회학이 나온다.


백신접종에는 늘 부작용이 따른다. 이를 무릅쓰고라도 신속한 백신 접종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박근혜 정권의 메르스사태를 반면교사 삼은 현 정부는 정권 차원의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 질병관리본부(향후 청으로 승격)를 내세웠다. 실패하면 정부 내 한 조직의 책임이 되고 성공하면 정권의 업적이 되는 구조다.


백신 접종의 부수적 피해는 가능한 한 축소하면 된다. 정권의 동반자로서 이른바 진보언론이 나서는데 이상반응 피해 보도를 가능한 한 하지 않는다. 반면 보수언론은 ‘이상반응’을 정권공격 수단으로 삼았다. 그러나 어차피 완료될 백신 접종을 대선 국면까지 끌고 가면 이득될 게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백신을 맞읍시다’라는 캠페인을 앞장서 하는 모습이다. 백신 접종을 빨리 끝내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이상반응의 정치학이다.


의사 출신인 정은경 청장은 이상반응이 생기면 지자체(보건소)에 신고하라고 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피해조사반, 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반응 여부를 신고해주는 주체는 병원 의사다. 의사가 이상반응이라는 확인을 해주지 않으면 신고 자체가 되지 않는다. 조사반·위원회에서 검토하는 명단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그런데 의사의 확인은 문서가 아닌 ‘말’이면 된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확인을 의사는 말로만 하면 된다. 보건소 공무원들은 그 ‘말대로’ 움직인다. 근거로서 문서도 없이 공무원이 움직인다. 그런데 의사는 치료 전문가다. 100% 확실한 원인을 당장 확인할 수 없다. 같은 증상을 놓고도 이상반응인지 아닌지 의사에 따라 다른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난 증상을 문서로써 책임있게 증명할 능력이나 시간을 집단으로서 의사는 갖고 있지 않다. 이상증상의 의학이다.


일상에서 ‘이상증상’은 백신 접종 후 달라진 삶이다. 시간 순서로 볼 때 백신을 맞은 후 생긴 증상으로 일상이 변했다. 게다가 중환자실에 가거나 심지어 사망까지 할 경우 당사자와 가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는 이상증상이다. 이러한 경험을 하는 사회적 소수자 집단이 전체 인구 중 0.002~0.3% 정도 있다. 여야 누구의 집권 전략에서도 별 비중 없는 수준이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보건소 공무원들이 있거나 없는 존재로 분류하는 숫자다. 다수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상반응의 사회학이다.


사회적 소수자를 대하는 모양새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수준은 어떠한가? 정치가 외면하고 의사는 관심 없는 이상반응의 사회가 구석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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