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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난사군도와 남양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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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난사군도와 남양군도  중국과 필리핀 간 영유권분쟁에 휩싸인 스프래틀리 군도 내에 위치한 휘트선(Whitsun) 산호초의 위성사진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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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현재 남중국해 해양영유권 분쟁의 중심지로 떠오른 ‘난사군도(南沙群島)’는 영어로 ‘스프래틀리(Spratly) 군도’라 불리는 산호초 무인도들을 통틀어 일컫는 중국식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난사군도란 이름을 붙인 건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이곳은 과거 일제가 태평양전쟁 당시인 1939년 점령하면서 명명한 곳으로 인도차이나반도 침공의 전진기지로 삼았던 곳이다. 이곳은 남중국해 한가운데 위치해 베트남, 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침략하는 데 지정학적 요충지로 이용됐다. 근처에 위치한 중사군도와 서사군도도 모두 일제가 명명한 일본식 이름이다.


이보다 앞서 일본은 1차 대전 직후 독일로부터 빼앗은 남양군도라는 식민지를 갖고 있었는데, 난사군도라는 이름도 여기서 착안됐다. 남양군도는 오늘날 필리핀 동부에 펼쳐진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섬나라들을 일컫는 말로 일제는 이곳에 대규모 항공모함 전단을 숨겨놓고, 미국의 태평양함대와 결전을 준비했다. 1941년 진주만공습은 남양군도에 숨겨진 전력을 미처 파악 못했던 미국에 제대로 큰 타격을 입힌 바 있다.


미국이 현재 중국의 난사군도 실효지배권 확대를 우려하는 이유도 진주만공습의 쓰라린 경험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난사군도 산호초에 대규모 군항을 세우고 미사일기지와 공항까지 세우면서 제2의 진주만공습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난사군도는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과 한국, 일본 등 반도체 및 첨단산업이 발전한 국가들의 주요 해상무역로다. 중국이 이 지역의 수로를 장악하면 자칫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과 같이 두고 두고 미국과 서방세계를 압박할 지정학적 분쟁요인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동아시아 일대 바다는 역사적으로 국제법에 맞춰 각국 간 해양영유권이 획정된 적이 없는 지역이다. 해양영토의 개념 자체가 개항 이후인 19세기 후반에 서구로부터 들어왔기 때문이다. 남중국해는 물론 우리 서해와 동해, 오키나와 일대 등 대부분 지역이 영유권 분쟁에 시달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처음으로 일제가 서구의 국제법을 이용해 동아시아 바다를 무단 점령하다가 패망한 뒤, 협상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아시아의 새로운 패자로 떠오른 중국은 일제의 논리를 답습하며 실효지배권 강화를 위해 각 산호초를 무차별적으로 점령하고 군사기지를 세우고 있다. 미국이 지금 중국의 모습에서 일제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중국 정부가 부디 과거 일제와 같은 오판을 하지 않기를 주변국들 모두가 바라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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