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 2500억엔 추가 출자 예정
의결권 있는 주식은 10%지만
경영 악화시 전환해 60%까지 확대
전문가들 "민관 중 주도권 명확히 해야"
일본 정부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반도체 국산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산하 독립행정법인 '정보처리추진기구'를 통해 라피더스에 1000억엔(9185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라고 27일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올해 예산안에 추가로 출자할 예산 1500억엔(1조3777억원)도 편성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올해 회계연도에 출자하는 금액은 총 2500억엔(2조2962억원)이 된다. 민간기업 30여곳이 출자하는 1600억엔(1조4696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닛케이는 지금까지 정부 출자 규모가 라피더스 전체 자본금의 60%를 차지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의결권을 약 10% 수준으로 제한해 민간 중심의 경영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최대 출자를 통해 ▲의결권이 있는 주식 ▲종류주(의결권은 없으나 경영 악화 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황금주(주주총회에서 결의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를 보유하게 된다. 이 중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200억엔(1837억원) 남짓으로, 10%로 제한했다. 민간 주도 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기업 주도의 경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종류주를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의결권 비중은 출자 비율과 같은 60%까지 확대된다. 또 황금주를 통해 대표이사 선임, 합병·제휴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황금주는 일반적으로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도입되는 제도다.
닛케이는 이러한 장치가 라피더스의 경영 위기나 외국 자본의 인수 시도 등에 대비한 것이라고 분석했으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도이 다케로 게이오대 교수는 "민관 공동 출자로 무책임한 체제가 된 사례가 많다"며 "민간과 정부 중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닛케이에 전했다. 시마모토 미노루 히토츠바시대 교수는 "정부가 (주도권을 잡더라도) 기업 경영 전반까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성패는 기업의 판단에 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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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더스는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주요 기업들이 참여해 설립한 연합체다. 홋카이도 지토세시에서 2028년 2나노(㎚)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경제안보 차원의 핵심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기업들을 직접 설득해 출자를 이끌어 내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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