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처럼 보완수사 성과 자료 뿌리는 검찰
견제받지 않으면서 경찰 통제만 강조하는 식
경찰, 검찰과 다르려면 책임수사·통제 필요
"또 시작이네." 한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성과를 다룬 기사를 읽다가 탄식 같은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내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이 수사를 못해서 그런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최근 보완수사 성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잇따라 배포하고 있다. 주로 경찰 수사가 미진한 점을 꼬집으며 검찰이 '얼마나 잘' 보완했는지 설명하는 식이다. 2021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에도 검찰은 이렇게 대응했다.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당장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쏟아질 것처럼 말하는 문장이 그때와 다르지 않다.
경찰과 검찰, 양측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싸움은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됐을 때부터 시작됐다. 이 법은 검사와 경찰관의 수사에 대해 정의하며 '수사한다' 혹은 '수사해야 한다'고 끝맺는다. 할 수 있거나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책무로서 수사를 전제한 것이다. 마땅한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 구태여 경찰을 깎아내리는 검찰의 방식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수사라는 책무를 떠받치는 핵심은 '견제'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수사권은 어느 기관이 행사하든 남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 법 체계에는 5·16 군사정변 직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영장의 '검사 경유 원칙'이 생겨났다. 이듬해 개헌을 거쳐 영장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했다. 검찰은 독점적 권한으로 경찰을 통제했지만, 그만큼 견제로부터 멀어졌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은 권한의 존치 여부가 아니라 수사권 행사에 대한 책임과 통제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져야 한다. 보완수사권을 박탈하겠다면 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은 누구로부터 견제받을 것인지, 중수청과 경찰청의 관계는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지 준비해야 한다. 보완수사권을 남긴다면 범위와 요건을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
얼마 전 후배 기자가 취재한 사연이다. 차량 수리를 맡기고 렌터카를 끌던 어르신이 기소됐다. 장애인 표지를 차량마다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줄 몰랐던 것이다. 참전으로 장애를 얻은 국가유공자였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항소했다. 이 시기 대장동 개발 비리 재판에선 항소를 포기했다. 경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검찰의 말은 합당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검찰 폐지'라는 강성 여론을 부추길 수 있는 건 뒤늦게 인권옹호기관을 자처하는 검찰에 명분이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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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은 견제 속에서 정당성을 얻는다. 어떤 권한을 확보할지 다투기 전에 수사기관들이 스스로 견제받을 용기부터 보여주길 기대한다. 자정할 줄 모르면 검찰의 역사를 되풀이할 뿐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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