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연화는 노동개악" 직격했던 李
대통령 취임 이후 '고용유연화' 의제로
생산성 제고엔 결국 노동개혁 수반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고용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과거 고용유연화를 "노동개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이 대통령은 이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개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결국 경직된 노동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기업에서는 한 번 고용하면 불황기에도 (직원을) 끌어안고 있어야 하니 아예 (정규직을) 안 쓴다"며 "아예 하청을 주고 또 하청을 주는 비정상 구조가 만들어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입장에서도 고용안정성이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면 고용유연성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결 방안으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대타협을 제안했다. 노조가 고용유연성을 양보하면 기업이 사회안전망 부담을 지는 식이다. 이 대통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너무 크니 절벽 위에 서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악착같이 지킨다"며 "고용유연성 때문에 그만두게 되더라도 살길이 있다고 믿어지려면 안전망이 확충돼있어야 한다. 결국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고용유연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5일 취임 이후 첫 국무회의에서 "노동시장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그리고 사용자들의 부담이 서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용노동부에는 관련 연구를 지시했다. 같은 해 9월 양대 노총 위원장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고용유연성 문제를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달라진 환경과 지위…李대통령 발언 바꿨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와 딴판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2016년 2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용유연화, 해고자유화, 비정규직 확대하는 '노동개악법' 통과시킬 겁니까?"라고 비판했다. 글과 함께 2013년 '1년 미만 고용 노동자 비율'이 3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는 그래프도 함께 첨부했다. 같은 해 1월에는 "불안정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양극화, 경기침체의 원인인데 또 해고를 쉽게 하겠다고요?"라고 꼬집었다.
해당 발언들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노동개혁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박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며 고용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노동계에는 실업급여 및 산재보험 확대 등 사회안전망 확대를 당근으로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새해 대국민 담화까지 나서며 설득에 나섰지만 노동계가 저성과자 해고 등의 지침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대타협에 실패했다.
이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지점에 대해 청와대는 "산업 환경이 달라졌으니 과거처럼만 생각할 수 없다고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노동시장이 이대로면 안 되지 않겠느냐, 대안을 가져오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며 "대통령의 자리에 있으니 단순히 한 측면만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에게도 고용유연화는 부담스러운 사안이지만 큰 흐름에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고 전했다.
지금 뜨는 뉴스
한국 경제의 '저생산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올해를 '대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노동개혁을 통한 생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행은 수년 전부터 저성장의 원인으로 '총요소생산성의 하락'을 지적하며 노동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