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선정 후 탈락한 루센트블록 문제제기
안건 상정 두 차례 연기…첫 STO 인가 앞두고 부담
"골든타임 놓친다" 업계 불안 속 공정성·외압 논쟁 불가피
토큰증권(STO) 제도화 후 유통을 맡을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사실상 탈락한 것으로 알려진 루센트블록의 문제 제기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해당 사안을 직접 언급하자, 마지막 정례회의만 앞둔 금융위원회로선 안건 상정조차 두 차례 연기할 만큼 부담을 느낀 모습이다. 'STO 제도화의 첫 인가' 사례라는 상징성에 더해 기술 탈취 의혹, 정치적 외압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어떤 결정을 내려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민 길어지는 금융위…안건소위로 '유턴'도 검토, 왜?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달 14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신청 안건'은 빨라도 오는 11일에야 논의될 전망이다. 해당 사안은 이미 지난달 7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직후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1월14·28일)에서 두 차례 연속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하며 결국 달을 넘겼다. 통상 증선위를 통과하면 인가 절차의 최대 관문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현재 금융위 내부에서는 해당 안건을 다시 안건소위원회 단계로 되돌려 재검토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증선위 이후 최종심인 금융위 정례회의가 사실상 형식적인 최종 의결 절차에 가까운 점을 고려하면 심사 절차를 되돌리는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기된 문제들을 다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증선위는 한국거래소(KRX) 중심의 'KDX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NXT) 주도 'NXT 컨소시엄'을 선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류 변화에는 루센트블록이 제기한 공정성·기술탈취 의혹 문제뿐 아니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조각투자 허가문제는 어떻게 하기로 결론냈느냐'라고 개별 인허가 사안을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거론한 것이 큰 여파를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직접 '떨어지는 쪽이 억울하지 않도록 합리적 기준과 충분한 설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이미 결정난 사안이라 하더라도 다시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규제샌드박스 제도 개선 필요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실증사업을 통해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자본력과 규모를 갖춘 대형사 위주로 기회가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골자다. 스타트업인 루센트블록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7년간 STO 유통서비스를 운영해왔지만 이번 증선위 심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예비인가와 관련해 사전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패싱 논란'까지 더해지자 해당 사안을 둘러싼 정치권 안팎의 주목도도 한층 높아진 상태다.
조건부 인가 vs 증선위 결정 유지…양쪽 다 논란 불가피
관건은 일찌감치 2곳 예비인가를 예고해온 금융당국이 KDX·NXT 컨소시엄에 더해 루센트블록이 주도하는 소유 컨소시엄에까지 조건부 형식의 인가를 내줄지다. 루센트블록의 손을 들어줄 경우 기존 증선위 결정 과정에서 형식적·절차적 정당성이 충분치 않았음을 금융당국이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정치권과 시장에서 외압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정 기업의 공개 반발로 당국의 인가 절차자체가 올스톱되고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 자체가 또 다른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반대로 루센트블록이 최종 탈락할 경우에는 STO 실증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결국 대형사와 자본력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규제샌드박스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 경우에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세 곳의 컨소시엄 중 어떤 곳이 최종 선정되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STO 장외거래소 인가를 둘러싼 혼선이 길어지면서 STO 제도화 일정 자체가 이미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STO 장외거래소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된 시점은 지난해 9월로,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관련 제도화 안착 시점도 밀릴 수밖에 없다. 수년간 제도화를 기다려온 업계에서는 "STO 유통 인프라 구축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시장 신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루센트블록이 제기한 문제 가운데 기술탈취 의혹이 향후 법적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루센트블록은 NTX가 투자 검토 명목으로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한 뒤 기밀 자료를 제공받아 이를 경쟁 인가 절차에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술탈취는 정부가 민감하게 바라보는 사안인 만큼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반면 NTX 측은 루센트블록으로부터 자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기밀로 간주될 내용이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가 공정성 문제부터 기술 탈취 의혹, 정치적 외압 논란까지 모든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금융위로서는 결정을 미뤄도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받고, 결정을 내려도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향후 STO 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정례브리핑에서 장외거래소 인가를 3곳으로 확대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결정 후)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과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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