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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에도 20~30대 여성들 '북적'…홍콩 일상 된 K브랜드[K웨이브 3.0]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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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확인한 K패션·K푸드의 현재
한한령 이후 위축된 중국 수요…홍콩 먼저 회복
유행 넘어 생활소비로 이동하는 K브랜드

홍콩 완차이구(灣仔區) 최대 상업·쇼핑 밀집지인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 젊은 소비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드러나는 테스트베드인 이 지역 한가운데 자리 잡은 '마뗑킴 코즈웨이베이점'은 평일 밤 9시가 넘은 시간에도 방문객들로 가득했다. 매장 안을 채운 고객 대부분은 홍콩 현지인으로 보이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이었다. 북적이는 매장 안에서도 이들은 의류부터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제품을 거울에 비춰보고 착용해보면서 브랜드에 빠져들고 있었다.


밤 9시에도 20~30대 여성들 '북적'…홍콩 일상 된 K브랜드[K웨이브 3.0]⑪ 홍콩 완차이구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마뗑킴 코즈웨이점 전경'.[사진=구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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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중국을 비추는 쇼윈도'

코즈웨이베이는 관광 상권이면서 동시에 현지 대중 소비의 최전선이다. 임대료가 높고 회전이 빨라서 이곳에서 잘 팔리면 다른 지역으로 즉시 확장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빠르게 퇴출된다. 이 자리는 홍콩 시장 공략을 넘어 중화권 전반에 대한 검증을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 본토 소비자들은 여전히 홍콩에서 먼저 브랜드를 확인한다. 이곳에서 반복 구매가 일어나면 그 브랜드는 본토 대도시로 이동할 자격을 얻는다.


'마뗑킴(Matin Kim)'의 코즈웨이베이 매장도 마찬가지다. 마뗑킴은 중국 본토보다 규제가 덜하고, 글로벌 브랜드가 밀집한 이 상권에서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을 검증하기 위해 2024년 이곳에 첫 해외매장을 열었고, 브랜드는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며 홍콩에만 매장을 다섯 곳으로 늘렸다.


현지 매장에서 반응이 집중된 품목은 가방이었다. 하프문 형태의 숄더백, 미니 크로스백, 로고 스퀘어백 등 가방 라인업이 매장 가장 앞쪽에서 고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날 가방을 둘러보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는 20대 직장인 미셸 렁(Michelle Leung)은 "평소에 부담 없이 편하게 들 수 있는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며 "무엇보다 품질 대비 가격대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고 적당하다는 점이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류보다 액세서리가 먼저 팔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화권 소비자에게 가방은 위험부담이 비교적 적은 진입상품이기 때문이다. 사이즈에 대한 리스크가 없고, 가격 접근성도 높다. 가방으로 브랜드를 시험하고, 만족하면 의류로 확장하는 순서다. 이는 일본이나 유럽과는 다른 중화권 특유의 소비 경로이기도 하다. 마뗑킴의 라인업은 이 경로에 정확히 맞춰 설계됐다.


밤 9시에도 20~30대 여성들 '북적'…홍콩 일상 된 K브랜드[K웨이브 3.0]⑪ 홍콩 '마뗑킴 코즈웨이점'에서 방문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한한령 이후' K패션, 다시 중국으로

K패션은 중국 시장에서 한 차례 꺾인 경험이 있다. 2015년 이전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 특정 연예인이 착용하거나 모델로 활동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와 한한령을 기점으로 한국 콘텐츠 확산이 제한되면서 패션 제품도 판매가 둔화됐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다르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내에서 한국 콘텐츠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하며 스트리트 패션·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수요가 다시 형성되고 있다. '샤오홍슈' '더우인' 등 플랫폼을 통해 한국 패션 브랜드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레거시 브랜드가 아닌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 '이미스' '오아이오아이' 등 신생 K패션 브랜드가 전면에 섰다. 홍콩 매장에서 확인된 가방 중심의 소비 패턴 역시 중화권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선호하는 '합리적 가격대의 디자인 브랜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밤 9시에도 20~30대 여성들 '북적'…홍콩 일상 된 K브랜드[K웨이브 3.0]⑪ 홍콩 '마뗑킴 코즈웨이점'에서 방문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K패션의 회복은 숫자로도 뒷받침된다. 마뗑킴을 비롯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레이브·레스트앤레크레이션 등 K패션 브랜드 4곳을 중화권에서 유통하고 있는 미스토홀딩스는 현재 중화권 내 6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을 운영 중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이 유통사업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50% 증가한 2446억원, 내년엔 3816억원까지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이혜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역시 한한령 이후 위축됐던 K패션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과거 드라마·아이돌 중심의 일회성 소비와 달리 최근에는 한국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관심이 패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 변화"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한 브랜드 개별성과가 아니라 'K패션'이라는 묶음 자체가 중화권에서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K푸드, 홍콩에서 확인한 '중화권 일상 소비'

코즈웨이베이 내 최대 쇼핑몰인 타임스스퀘어 지하 '시티 슈퍼(city'super)'도 현지 소비 시장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공간 중 하나로 꼽힌다. 관광객을 겨냥한 기념품형 매장이 아니라 홍콩 중산층과 고소득 소비자가 일상 장보기를 하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이기 때문이다.


시티 슈퍼 해외 식품 코너에서 한국 식품 매대는 단연 눈에 띄었다. 옆자리 일본 식품 매대보다 두 배가량 큰 규모였고, 해외 식품 가운데 가장 넓은 섹션을 차지하고 있었다.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건 방탄소년단(BTS) 진의 얼굴이 크게 새겨진 라면이었고, 그 옆으로 김·즉석국·장류·국물 베이스 제품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밤 9시에도 20~30대 여성들 '북적'…홍콩 일상 된 K브랜드[K웨이브 3.0]⑪ 홍콩 타임스스퀘어 '시티 슈퍼' 한국 식품 매대 전경.[사진=구은모 기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몇몇 소비자들이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카트에 던져넣으며 매대를 물 흐르듯 지나쳐가는 모습이었다. 한국 음식이 궁금해서 한 번 사보는 체험용 식품을 넘어 가정 내에서 반복 조리하는 식재료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에밀리 청(Emily Cheung)도 "한국에 여러 차례 다녀왔고, 한식도 좋아해서 자주 먹는다"며 "미역국의 감칠맛을 가장 좋아해서 오늘도 미역국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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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홍콩에서 K푸드는 이미 일상에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중대형 마트는 물론 대부분의 편의점에서도 라면·과자·커피·소주 등 일상적인 한국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홍콩에서 K푸드는 대부분 특설 코너나 프로모션 존이 아닌 상설 매대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중국 본토 확산을 위한 신뢰 확보 단계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모습이다.


밤 9시에도 20~30대 여성들 '북적'…홍콩 일상 된 K브랜드[K웨이브 3.0]⑪ 홍콩 타임스스퀘어 '시티 슈퍼' 한국 식품 매대 전경.[사진=구은모 기자]



홍콩=-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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