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정책토론회
재생에너지 간헐성·원전 경직성 보완 방안 논의
산업계 "AI 빠른 대응 위해 현실적 LNG 발전 필요"
"에너지믹스 논의에서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바로 가격표입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2차 정책토론회'에서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에너지믹스 논의에서 발전단가가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참여한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사업단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람직한 에너지정책 토론회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할지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지난달 30일에 이어 개최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기후부는 여론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12차 전기본에서 원전 추가 건설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원전 모두 유연성 강화해야"
이날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에너지믹스를 위해 한두 가지 방법이 아닌 다양한 해법들을 테이블 위에 모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데 대략적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강부일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처장은 친환경 에너지전환 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전통 에너지 모두 성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원격제어, 에너지저장장치(ESS)와의 연계 등을 통해 유연성을 강화하고 과도 전압이나 주파수 변화에도 연속 운전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처장은 원전과 복합화력 등 전통적인 발전원도 출력 조절 등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호철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원장은 "현재도 태양광 비중이 높은 봄, 가을철 낮 시간대 출력 감소 운전을 시행 중"이라며 "2024년 7회였던 원전 출력 감발이 2025년 27회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프랑스 수준으로 탄력 운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핵연료봉 제조, 제어봉 재질 및 제조, 온라인 핵연료 성능 감시, 출력 변화율 가이드, 반응도 제어 알고리즘, 노심 출력 분포 감시, 열 피로 감시 시스템, 운전 실증 및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32년까지 1년에 100일 이내에서 50%까지 일일 부하 추종 능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손성용 가천대학교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에너지 저장장치, 수요반응(DR), 양수발전, V2G(Vehicle-to-Grid), P2H(Power-to-Heat), P2G(Power-to-Gas), 가상발전소(VPP), 출력 제어 등 다양한 기술들을 소개했다.
손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대응은 단일 기술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동원 가능한 현재와 미래 기술의 종합적 최적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며 "국가 전략 산업과도 결합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태양광 연계 ESS 가격 낮아져"
이어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에너지정책실장,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이정익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이서혜 E컨슈머 대표,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사업단장이 참여했다.
주한규 원장은 "그동안 LNG 발전이 담당하던 부하 추종을 앞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맡아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도 ESS와 연계하면 부하 추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 원장은 "문제는 비용인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가격이 낮아져서 ESS와 연계한 태양광 발전 단가를 킬로와트시(㎾h)당 180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이 과잉 생산되는 낮에 ESS에 저장했다 밤에 방전하면 태양광 발전 수익도 증가하고 전력망 안정성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태양광 연계 ESS를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 주 원장의 주장이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원자력의 탄력 운전을 위해서는 원자력 안전 규제를 개정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자력과 열병합발전소도 입찰 시장에 들어와 저렴한 발전원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원자력을 출력을 조절하는 만큼 다른 쪽으로 활용하고 재생에너지도 과잉생산하는 전력을 활용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국민 수용성을 위해서는 자료의 공개가 중요하고 안전성의 문제도 비중있게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탄력 운전 개발 속도 높여야… LNG 전술적 역할도 중요"
이정익 카이스트 교수는 "국내 원전의 출력 및 주파수 제어 기술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원전을 추가해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혜 E컨슈머 대표는 "소비자들은 재생에너지에 대해 찬성하지만 또한 저렴한 전기요금을 원한다"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전기요금 체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무환 SK이노베이션 단장은 "AI와 반도체가 촉발하는 글로벌 전력전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며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책상 위에 모든 카드를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LNG 발전의 전술적 역할이 중요하다"며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를 빠른 시간 내에 공급할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LNG밖에 없다"고 말했다. LNG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대해서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과 수소 전소 및 혼소 발전 도입 정책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SMR은 병렬 운영으로 탄력 운전이 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의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LNG 발전과 SMR이 현실적인 포트폴리오"라고 제시했다.
김강원 재생에너지정책실장은 "ESS의 충·방전 손실이 약 10%에 달한다"며 "과잉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게 유리한지 출력을 제어하는 게 유리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울주 주민, "원전 유치 희망"…환경단체는 "엉터리 공론화"
이날 현장 토론에서 울산 울주에서 올라온 한 주민은 "12차 전기본에서 원전 추가 건설이 결정된다면 울산 울주 서생면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정치적 책임 떠넘기기, 엉터리 공론화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토론회장 안팎에서 시위를 벌였다. 방청객들 사이에서 원전 찬반으로 나뉘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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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는 2차례 정책 토론회에 이어 여론조사를 통해 추가 원전 건설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쟁점이 추가로 확인되면 여러 가지 경로로 간담회 등 국민들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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