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 6개월 만의 성과, 쿠퍼스 판매 속도 유사
저속노화·저당 트렌드 맞물리며 신제품 침투력 입증
정체 국면에 접어든 국내 액상 발효유 시장에서 당·지방 등을 최소화한 '로우스펙(Low-spec)' 제품이 새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 관리와 저속노화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 발효유보다 당류와 지방 섭취 부담을 낮춘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15일 hy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시한 무당 발효유 '야쿠르트XO'는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500만개를 돌파했다. 월 판매 기준으로 hy의 장수 브랜드 '쿠퍼스'와 유사한 수준이다.
'야쿠르트XO'의 판매 속도는 hy 내부에서도 예상보다 빠른 편으로 평가된다. 발효유 시장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신제품 흥행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도 단기간에 충분한 시장 침투력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hy 관계자는 "당류를 줄인 제품에 대한 선호와 저속노화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판매 확산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품 경쟁력과 소비 트렌드 변화가 성과를 뒷받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야쿠르트XO'는 설탕·당류·지방을 모두 제거한 대신, hy의 장기 배양 기술과 특허 유산균 공법을 적용해 풍미를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원료에 포함된 당을 자연 발효 과정에서 소모하는 공정을 통해 제로슈거를 구현했으며, 한 병에 5종 유산균 약 500억 CFU를 담았다. 당 섭취를 최소화하려는 소비층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판매 흐름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우스펙 트렌드는 식품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이 발표한 '2024년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당류를 줄인 제로슈거 제품 생산액은 57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1% 증가했다. 관련 제품 수는 590개로 2배 이상 늘었다.
hy도 저당·저지방 중심의 로우스펙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2014년 업계 최초로 '당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해 2017년까지 총 8072t의 당을 감축했다. 이후 '투모로우(To more low, Tomorrow)' 캠페인을 통해 올해까지 가공식품 당류를 1600t 추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같은 전략 전환은 최근 실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hy의 매출은 2023년 1조5190억원에서 지난해 1조682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273억원에서 645억원으로 확대됐다. 주력인 발효유 사업 매출은 지난해 1조173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0% 안팎을 차지하지만, 시장 자체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단순한 신제품 확대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인당 액상 발효유 소비량은 2022년 8㎏에서 2023년 7.2㎏, 지난해 6.8㎏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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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발효유 시장이 정체된 만큼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술 투자를 어디에 집중하느냐가 중요해졌다"면서 "최근의 흐름은 분명히 로우스펙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이는 단순 제품 개발이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 전환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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