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역사적 저평가…SW·AI 역량이 관건
지배구조 개편, 그룹 SW 역량 집중 첫 단추
'로봇'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시장 저변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역사적 하단에 위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주행 시대에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 역량이 부족하다는 배경에서다. 미래 자율주행 역량 확보 여부가 생태계 주도자가 될지, 단순 생산기지가 될지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이달 들어 16%가량 올랐다. 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아직 7배 수준이다. 지난해 말에는 4.37배 수준에 불과했다. 2012~2022년 평균 PER 12배와 비교하면 절반 남짓이다. PER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로 높을수록 고평가됐다고 간주한다.
현대차 실적은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매출 규모는 2022년 142조1515억원에서 지난해 175조2312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에는 19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도 2022년 9조8249억원에서 지난해 14조2396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미국 정부가 부과하는 15% 관세 때문에 12조6172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럼에도 안정적으로 10조원대 이익을 내고 있다. 세계 3위 자동차 그룹으로 부상하면서 자동차 업계 거물로 성장했다.
하지만 주가는 좀처럼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34만962원에 그친다. 45만원, 43만원 등을 제시한 증권사도 있지만 아직까진 8일 종가 31만5500원 대비 상방이 8.1%가량만 열려있다고 본 셈이다.
싼데도 주저하는 이유…SW·AI 역량 때문
시장이 여전히 싼 현대차에 주저하는 배경으로는 다양한 요소가 꼽힌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 동안 자동차 업계 경쟁이 격화됐고, 특히 전기차 전환과 배터리 혁신, 소프트웨어(SW)와 자율주행 경쟁이라는 패러다임 전환기에서 기존 완성차 모델의 성장 한계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셈이다.
최태용 DS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하단에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AI와 SW 역량의 부재"라며 "그룹 내 AI 및 SW 개발 역량이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포티투닷,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으로 분산된 점이 구조적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현대차의 미래차 개발을 이끌었던 송창현 전 사장이 퇴진한 점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악재로 꼽힌다. 개인 역량을 떠나 송 전 사장은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포티투닷을 인수하기 전부터 그룹 전체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 본부를 신설하고 송 전 사장에게 진두지휘를 맡겼다. 외부 인사가 현대차의 사장 직함을 받은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룹의 역량을 포티투닷에 집중하며 자율주행 핵심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송 전 사장이 별다른 성과 없이 떠나면서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은 구조적 구심점을 잃게 됐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그룹사 SW 역량 통합 기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0월30일 밤 서울 강남구 코엑스광장에서 지포스(GeForce) 한국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0.30 조용준 기자
현대차는 자체 기술 도전보다는 엔비디아와의 협업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옴니아 흥행 참패와 아이폰의 기록적 성공을 뒤로 하고,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 모바일 시장에서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며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와의 협력 구체화, 스마트카 같은 미래 자동차 출시 일정의 조기화를 결정할 때 현대차 그룹 주가 판단에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 시점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는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오랫동안 해소되지 못한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선 과제가 해결될 경우 기술의 구심점 역할을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이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내 AI와 SW 역량 통합화까지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실질적 지주사로서의 기술 통합은 내부 사업 재배치로 간주되고, 그룹 내 SW 플랫폼 회사로서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며 "그 성과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과 내년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페이스카 공개, 휴머노이드 양산 등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 수주 나오면 중장기 우상향 예상
현대차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로봇 산업의 성패가 관건이다. 자동차에 로봇의 가치가 더해지면서 업종 저평가를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일본 '국제 로봇 전시회 2025(iREX)'에서 모베드의 양산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내년 1월 개최될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3세대를 공개되고 실증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자율주행을 위한 SDV 관련 장치 발표도 예정돼 있다.
자동차 산업에 로봇의 가치가 더해지면서 업종 성장 매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안보 수혜주로도 분류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를 지원하고 로봇산업을 진흥할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시사했다. 미국의 리쇼어링(생산 시설 자국 회귀) 및 중국 의존도 축소를 위해서다. 로봇산업 육성 또한 중국 기업들의 가치사슬을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미국에 본사를 둔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의 업체가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련 서사가 수주 및 매출로 확인되면 기업가치의 중장기 우상향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업종 재평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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