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트럼프 '착취형 동맹' 현실화…韓 통상외교 시험대에

시계아이콘01분 5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日 5500억달러 대미투자 후 관세 15% 보장
29일 한미 정상회담, 관세협상 향배 가를 분수령

트럼프 '착취형 동맹' 현실화…韓 통상외교 시험대에 연합뉴스
AD

미국이 일본과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협정을 공식화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전략이 본격적인 '착취형 동맹 모델'로 굳어지고 있다. 미·일 공조 강화를 목적으로 하지만, 실상은 산업·기술 주권을 미국에 내주는 형태라는 평가다. 미국이 동맹국의 자금과 기술로 자국 제조업을 복원하는 구상이 현실화된 셈이다. 한국 역시 관세협상과 투자 조건을 둘러싼 유사한 압박에 직면해 있어, 우리 입장에서는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촉각이 곤두서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도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미·일 프레임워크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서 일본 정부와 주요 기업들은 미국 내 원전, 전력망, 인공지능(AI) 인프라, 반도체 부품, 핵심광물 설비 등 총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15%의 기본 관세율을 적용하되, 투자 실적에 따라 감면폭을 달리하는 '조건부 감면' 방식을 택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안보 동맹 강화'로 포장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이 미국의 산업기반 복원을 위한 재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공동개발(co-development)' 대신 '일본이 투자한다(commits to investment)'는 표현이 반복된다. 일본 기업이 자금을 내고 공장을 짓지만, 세제 혜택과 고용효과는 모두 미국이 가져간다. 특히 원전(AP1000·SMR)·에너지 인프라 부문에서는 웨스팅하우스, GE 버노바,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기업이 '미국 내 건설 하청업체'로 참여하는 구조가 명시돼 있다. 일본 내 산업기반 강화가 아닌, 미국 내 제조업 복원이 목표인 셈이다.


기술협력 부문 역시 '공유와 표준화'라는 이름 아래 미국 주도의 종속 체계로 짜였다. AI, 6G, 양자, 핵융합 등 첨단기술 협력 조항은 일본의 기술을 미국 표준에 맞추는 조건으로 해석된다. 협정문은 "양국이 기술표준과 보안요건에 대해 상호이해를 심화한다"는 문구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기술검증 절차에 일본이 편입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양자통상 모델을 미국이 한국에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관세협상을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미국 내 투자 또는 조달 비율을 충족하면 감면해주는 방안을 미는 중이다. 일본이 이번에 5500억달러 투자와 함께 15%의 기본관세율을 보장받은 것과 유사한 구조다.


한국의 입장은 일본과 다르다. 일본이 이번 협정을 통해 구체적인 투자금액과 산업 밸류체인 구축 계획을 제시하며 '투자형 동맹국'으로 포지셔닝했다면, 한국은 아직 대미 투자 규모와 조건을 두고 신중한 협상 국면에 있다. 현재 미국 측이 3500억달러 투자 통제권 및 조달조건(선불)을 강화하려 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선(先)투자·후(後)감면' 구조는 국내 경제에도 부담이 적지 않다. 미국의 요구대로 수십조 원 규모의 자금이 단기간에 해외로 유출될 경우, 외환시장 불안과 투자 위축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투자 이행'을 관세 감면의 전제 조건으로 못박으면서, 한국 기업들이 앞당겨 달러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 역시 이번 협상이 단순한 '관세 인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주권을 지키는 문제로 보고 있다. 일본처럼 투자 약속만으로 관세 혜택을 얻는 구조에 동의하면, 핵심 생산기반이 미국으로 이전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맺은 트럼프식 통상 모델은 '동맹'이 아니라 '고객'의 위치를 요구한다"며 "지금 필요한 건 투자 리스트가 아니라 기술·공급망 협상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에서 단순한 투자 규모 논의보다는 '상호 시장 개방'과 '공동 기술개발'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협상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의 조건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관세 혜택을 얻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기반이 잠식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D

이날 경주에서 열리는 APEC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의 통상외교에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협정을 발표한 직후 열리는 회담인 만큼, 한국에 대한 요구 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제시할 대미 투자 규모와 시기, 관세 협상 로드맵을 사실상 '최종 점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외교가에서 제기된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