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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착취형 동맹' 현실화…韓 통상외교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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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5500억달러 대미투자 후 관세 15% 보장
29일 한미 정상회담, 관세협상 향배 가를 분수령

트럼프 '착취형 동맹' 현실화…韓 통상외교 시험대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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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과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협정을 공식화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전략이 본격적인 '착취형 동맹 모델'로 굳어지고 있다. 미·일 공조 강화를 목적으로 하지만, 실상은 산업·기술 주권을 미국에 내주는 형태라는 평가다. 미국이 동맹국의 자금과 기술로 자국 제조업을 복원하는 구상이 현실화된 셈이다. 한국 역시 관세협상과 투자 조건을 둘러싼 유사한 압박에 직면해 있어, 우리 입장에서는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촉각이 곤두서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도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미·일 프레임워크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서 일본 정부와 주요 기업들은 미국 내 원전, 전력망, 인공지능(AI) 인프라, 반도체 부품, 핵심광물 설비 등 총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15%의 기본 관세율을 적용하되, 투자 실적에 따라 감면폭을 달리하는 '조건부 감면' 방식을 택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안보 동맹 강화'로 포장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이 미국의 산업기반 복원을 위한 재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공동개발(co-development)' 대신 '일본이 투자한다(commits to investment)'는 표현이 반복된다. 일본 기업이 자금을 내고 공장을 짓지만, 세제 혜택과 고용효과는 모두 미국이 가져간다. 특히 원전(AP1000·SMR)·에너지 인프라 부문에서는 웨스팅하우스, GE 버노바,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기업이 '미국 내 건설 하청업체'로 참여하는 구조가 명시돼 있다. 일본 내 산업기반 강화가 아닌, 미국 내 제조업 복원이 목표인 셈이다.


기술협력 부문 역시 '공유와 표준화'라는 이름 아래 미국 주도의 종속 체계로 짜였다. AI, 6G, 양자, 핵융합 등 첨단기술 협력 조항은 일본의 기술을 미국 표준에 맞추는 조건으로 해석된다. 협정문은 "양국이 기술표준과 보안요건에 대해 상호이해를 심화한다"는 문구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기술검증 절차에 일본이 편입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양자통상 모델을 미국이 한국에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관세협상을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미국 내 투자 또는 조달 비율을 충족하면 감면해주는 방안을 미는 중이다. 일본이 이번에 5500억달러 투자와 함께 15%의 기본관세율을 보장받은 것과 유사한 구조다.


한국의 입장은 일본과 다르다. 일본이 이번 협정을 통해 구체적인 투자금액과 산업 밸류체인 구축 계획을 제시하며 '투자형 동맹국'으로 포지셔닝했다면, 한국은 아직 대미 투자 규모와 조건을 두고 신중한 협상 국면에 있다. 현재 미국 측이 3500억달러 투자 통제권 및 조달조건(선불)을 강화하려 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선(先)투자·후(後)감면' 구조는 국내 경제에도 부담이 적지 않다. 미국의 요구대로 수십조 원 규모의 자금이 단기간에 해외로 유출될 경우, 외환시장 불안과 투자 위축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투자 이행'을 관세 감면의 전제 조건으로 못박으면서, 한국 기업들이 앞당겨 달러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 역시 이번 협상이 단순한 '관세 인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주권을 지키는 문제로 보고 있다. 일본처럼 투자 약속만으로 관세 혜택을 얻는 구조에 동의하면, 핵심 생산기반이 미국으로 이전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맺은 트럼프식 통상 모델은 '동맹'이 아니라 '고객'의 위치를 요구한다"며 "지금 필요한 건 투자 리스트가 아니라 기술·공급망 협상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에서 단순한 투자 규모 논의보다는 '상호 시장 개방'과 '공동 기술개발'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협상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의 조건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관세 혜택을 얻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기반이 잠식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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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주에서 열리는 APEC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의 통상외교에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협정을 발표한 직후 열리는 회담인 만큼, 한국에 대한 요구 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제시할 대미 투자 규모와 시기, 관세 협상 로드맵을 사실상 '최종 점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외교가에서 제기된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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