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 '황금 돈볼펜' 펀딩 목표액 986% 달성
항로표지기술원·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등 사례 눈길
펀딩으로 공공기관 홍보·판로 개척·지역 경제 활성화도
"화폐 굿즈 신사업의 시장 반응을 파악하는 것이 와디즈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박영미 한국조폐공사 차장은 지난 7월 진행된 신제품 '황금 돈볼펜 세트' 펀딩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조폐공사가 와디즈를 통해 한정 수량 5000개로 선보인 이 제품은 목표액의 986%인 4900만원을 끌어모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조폐공사는 올해 들어 화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한 '화폐 굿즈'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돈이 돈을 부른다'는 콘셉트 아래 첫 제품으로 내놓은 것이 '황금 돈볼펜 세트'다. 박 차장은 "기념주화·기념메달·골드바 등 기존 팬덤 중심의 수집형 상품과 달리, 화폐 굿즈는 일반 소비자까지 겨냥했다"며 "고객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 시험해본 것"이라고 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최근 공공기관의 홍보·판매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 주로 스타트업이나 1인 창업가가 활용하는 곳으로 인식됐지만, 공공기관도 속속 합류하는 추세다. 신제품의 시장 반응을 미리 살펴보는 무대이자, 공공 프로젝트를 시민과 함께 진행하며 소통의 폭과 판로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파급 효과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한국항로표지기술원도 최근 와디즈에서 '올해의 등대 우표첩' 200권을 한정 판매하며 펀딩을 진행했다. 기술원에 따르면, 이달 1일까지 약 2주간 진행된 이번 펀딩에서 '1+1 더블버드 리워드' 우표세트는 펀딩 개시 1분 만에 전량 매진됐고, '싱글버드 리워드'도 열흘 만에 매진되는 등 목표액의 2032%인 1000만원을 달성했다.
기술원 관계자는 "등대 구내와 주변에 설치된 등대해양문화공간이란 판로도 있지만, 방문객 한정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는 단순한 굿즈 구매가 아닌 '문화 캠페인 참여'로 다가갈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올해 두 차례 다른 펀딩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여주시청이 출자·설립한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도 지난 6월 전자레인지용 도자기 '나날 한끼솥밥' 펀딩을 통해 목표액의 459%인 230만원을 달성했다. 재단 관계자는 "와디즈 측의 제안으로 펀딩을 시작했다"며 "지역 특산품인 쌀과 고구마, 도자기를 접목한 상품을 펀딩해 기관 및 지역 홍보와 판로 개척 효과를 함께 거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와디즈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최근 신제품 펀딩을 시도하는 분위기에 대해 "펀딩에 참여한 시민들의 피드백이 제품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공공의 가치를 담은 상품은 더욱 경쟁력 있게 발전할 수 있다"며 "와디즈는 이러한 혁신 상품의 시장성 검증의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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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진행하는 펀딩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박영미 차장은 "굿즈 제작은 조폐공사만의 기술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중소기업과 협업해 진행된다"며 "중소기업이 생산을 맡으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상생 효과도 나타난다"고 했다. 더욱이 과거 기관의 협업이나 판매 요청을 외면했던 업체들에게서 오히려 역제안까지 받는다고 했다. 그는 "현재는 황금 돈볼펜뿐이지만, 앞으로 홍보할 만한 새로운 굿즈가 있다면 추가 펀딩을 선택지로 고려 중"이라고 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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