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원가는 추계조사로 산정 가능…전액 부인은 경험칙 반해"
기업 매출액이 실제로 인정됨에도 그에 대응하는 비용은 실물 거래가 없었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경정한 과세 당국의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과세 당국이 추계 조사 등 대체 방법으로 소득 금액을 계산해야 함에도 아무런 입증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 부장판사)는 4월 17일 A 사가 관악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2024구합63885)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관악세무서가 2022년 7월 A 씨에게 한 2020 사업연도 법인세 6억5014만 원의 경정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사실관계]
A사는 통신기기 판매업, 전자상거래업 등을 영위할 목적의 회사다.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중고 휴대폰을 매입해 국내에서 판매하거나 해외로 수출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A사에 대해 2020 사업연도 법인세 통합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A사가 2020년 하반기에 매입처 24곳으로부터 실물 거래 없이 공급가액 21억9268만 원의 매입세금계산서를 받은 것으로 보고 관련 자료를 서울지방국세청에 통보했다. 과세 당국은 A사가 세금계산서 매입액을 법인세법상 매출 원가로 손금(법인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발생하는 비용) 처리한 부분을 부인하고 법인세 과세 표준을 21억5794만 원으로 증가시켰다. 법인세 6억5014만 원도 경정해 고지했다.
A사는 "과세 당국이 매출은 정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응하는 중고 휴대폰 매입비용은 가공거래 의심을 이유로 전액 부인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법인세법 제66조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104조는 장부나 그 밖의 증명 서류에 의해 소득 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경우 추계 과세 등 대체 방법에 의해 이를 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세 당국이 매출액을 인정했다면 그에 대응하는 매출 원가는 증빙이 없더라도 추계 조사 등을 통해 산정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인정해야지, 전액 부인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법원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A 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관악세무서가 세금계산서에 따른 매출 원가를 전부 부인하면서도 추계 조사의 방법에 의해 산정이 가능한 매출 원가에 관해 아무런 입증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이 사건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각 단말기에 부여되는 고유 식별번호인 IMEI를 통해 매출액과 매입 원가를 1대1로 대응시킬 수 있다"며 "매출액이 실제로 인정된다면 이에 상응하는 매출 원가 역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사가 주장하는 필요경비는 매출액에 대응된 중고 휴대폰의 구매 비용으로서 실제로 발생했으나 소득 금액에 반영되지 않았음이 명백하므로 납세 의무자인 A 사가 객관적인 증빙을 제출하지 못한다고 하여 부존재를 추정하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104조 제1항이 정한 '장부 또는 증명 서류가 없거나 중요한 부분이 미비 또는 허위인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과세 관청은 추계 조사의 방법에 의하여 산정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그 금액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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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지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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