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논의도 공회전…시선은 8월 전당대회로
오는 30일 임기 만료를 앞둔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닷새간 민심 정취를 마쳤다. 전국을 돌며 당 쇄신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지였지만 당내 시선은 싸늘하다. 쇄신 동력이 꺼지면서 안팎의 시선은 이미 8월 전당대회 이후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주말부터 이어온 지역 행보를 마무리했다. 그는 제주를 시작으로 인천, 강원, 울산, 충청권을 돌며 당 개혁 관련 민심을 청취했다. 지난 21일에는 유승민 전 의원과 만나 당 쇄신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당에선 거리를 두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김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에 부정적인 구주류뿐 아니라 쇄신파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비대위가 운영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임기도 며칠 남지 않았다"며 "전국을 다니며 당의 쇄신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좋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행보를 '개인 정치'로 바라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당이 개혁에 대한 부분을 미루거나 변화할 생각이 없다면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전대 출마 가능성은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약한 당 혁신위원회는 출범도 하지 못하고 공전 중이다. 혁신위가 당 기구로 출범하려면 비대위 의결이 필요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비대위원들의 전원 사퇴로 의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혁신위원장 인선 등도 난항에 빠졌다. 계파를 떠나 혁신위 구성을 제안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혁신위에 친한계를 일부 포함하는 것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지도부 통제 아래서 (혁신위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쇄신 논의는 8월 전당대회 이후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나면 송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면서 혁신위를 출범시키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송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의 개혁안 가운데 탄핵 반대 당론 철회나 당무감사에 반대했던 만큼 파격적인 쇄신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낮다.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관리형 기구에 머물면서 당 운영 구조 개편 논의에 무게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 관계자는 "대여투쟁 기조로 전환되면서 쇄신을 말하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돼버렸다"며 "내년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보고 나서야 개혁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지금 뜨는 뉴스
현안이 산적한 만큼 쇄신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과거 집권당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열정과 결기로 무장하고 국민과 하나 되는 모습으로 민주당 폭주를 저지해야 한다"며 "의원들께서는 입법 폭주에 대한 준비와 여론전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