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서 6월 한달간 이색적 야간 전시
'사랑의 밥차' 운영해온 삶의 예술가
어려운 이웃에 따뜻한 밥 나눠온 삶
예술과 나눔이 만나는 '마음의 쉼표'
따뜻한 국밥 같은 그림들 '감동·사색'
순천의 초여름 밤이 특별한 온기로 물든다. 6월 1일부터 한 달간 해가 지고 나서야 문을 여는 이색 전시 '해지면 열리는 미술관'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서양화가 김옥란 작가. 그는 단순한 화가를 넘어 수십 년간 '사랑의 밥차'를 운영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어온 삶의 예술가다.
탤런트 공효진의 어머니로도 알려진 김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삶과 예술, 그리고 봉사가 어떻게 하나의 결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섬세한 붓끝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은 낮의 햇살 대신 별빛과 조명이 비추는 밤의 풍경 속에서 열린다. 그 안에서 김옥란의 작품들은 마치 따뜻한 국밥 한 그릇처럼 마음을 데운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풍경과 인물들은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속에는 삶의 고요한 순간들과 이웃의 얼굴, 그리고 위로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김옥란의 풍경은 단순한 자연의 기록이 아니다. 그가 그려낸 들꽃과 논두렁, 묵묵한 소의 눈동자에는 기억의 조각과 삶의 결이 서려 있다. 그 그림들은 우리가 잊고 지낸 평온한 일상의 한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해지면 열리는 미술관'이라는 특별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김옥란이 지켜온 '사랑의 밥차' 정신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어둠이 내린 뒤 조용히 문을 여는 전시장에는 그녀가 그려온 자연처럼 잔잔하고 단단한 온기가 깃들어 있다.
생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고요함, 사람들 사이에서 느낀 삶의 무게, 그리고 한 그릇의 밥에서 발견한 위안이 고스란히 풍경으로 담겨 있다.
김옥란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평범한 순간들, 들녘의 바람, 장독대의 그림자, 담장 너머 핀 장미꽃에서 마음의 쉼표를 발견하게 한다. 그의 그림은 감정을 과장하거나 드러내지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 멈춰 숨을 고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전시장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사랑의 밥차'를 재현한 설치 작품도 마련돼 있어 관람객은 작가의 삶과 나눔의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때로는 식탁이 화폭이 됐고, 국자 대신 붓이 들렸다. 그가 나눈 수천 그릇의 밥, 그 속에 담긴 마음이 그림 안에 함께 녹아 있다.
'해지면 열리는 미술관'은 단순한 야간 전시를 넘어 어둠 속에서 더 깊은 감동과 사색을 이끌어내는 특별한 방식이다. 김옥란의 작품은 그 밤 속에서 더욱 빛나며, 관람객의 마음에 조용한 파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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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삶을 닮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김옥란 작가의 전시는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다. 그림과 밥, 예술과 봉사, 어둠과 빛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이번 전시는 오랜 여운을 남기며 관람객의 마음을 데워줄 것이다.
호남취재본부 이경환 기자 khlee276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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