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TSMC 패키징 외에 선택지 없어"
파운드리 장악력으로 패키징 시장까지 주도
삼성 뒤쫓고 있지만 고객사 확보 어려울 듯
TSMC, 기판 무시하는 차세대 기술도 공개
"현재로선 CoWoS(칩 온 웨이퍼 서브스트레이트) 외에 실질적인 대안이 없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대만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급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삼성이나 인텔의 기술은 어떤지' 묻는 말에 대한 답이었다. 'CoWoS'는 웨이퍼 위에 여러 칩을 미세한 간격으로 배치한 뒤 이를 기판에 다시 붙이는 고급 패키징 방식으로, 대만 TSMC의 독점 기술력이다.
칩 간 신호 전달 거리가 매우 짧아져 데이터 전송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가까이 붙일 수 있어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성능 극대화에 필수적이다. 최신 칩은 기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여러 칩을 결합하는 형태로 제작된다. GPU와 여러 HBM을 하나의 기판에 올린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그런 예다.
◆AI 시대 열리면서 '핵심' 떠오른 첨단 패키징 기술= 단순히 반도체 패키징이라고 하면 칩을 서로 연결하고 전력이 잘 통하도록 포장하는 후공정 작업을 뜻했지만 지금에 와선 칩의 배치나 구성 등에 따라 성능과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작업이 됐다.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등 서로 다른 칩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첨단 패키징 시장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별도 시장 점유율은 확인이 어렵지만 엔비디아·AMD·애플·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서 쓰는 칩이 모두 CoWoS 공정으로 패키징됐다는 점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입증한다. 엔비디아가 3년 뒤 공급할 AI 칩까지 패키징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2012년 CoWoS 기술을 처음 선보였고 이듬해 HPC 시장에서 상용화를 시작했다. 엔비디아, AMD,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2.5D 패키징 기술 'I-Cube'를 공개한 게 2018년, 3D 패키징 방식인 'X-Cube'를 발표한 게 2020년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빨랐다. 탄탄한 파운드리 생태계에 기술력과 오랜 업력이 더해진 셈이다.
AI 칩 시대에서 HBM 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첨단 패키징 시장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5D 패키징을 비롯한 첨단 패키징 시장은 2022년 443억달러(약 61조원) 수준에서 2028년 786억달러(약 108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TSMC는 CoWoS 기반의 패키징 매출을 늘리고 있으며 향후 연평균 50%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독주하는 TSMC, 차세대 패키징까지 공개=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패키징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TSMC의 독주를 막긴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TSMC는 차세대 첨단 패키징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놨다. TSMC는 최근 초대형 고집적 패키징 기술 'SoW-X(시스템 온 웨이퍼-X)'를 공개했다. 반도체는 발열로 균열이 생길 수 있어 기판 크기에 따라 요구되는 기술력이 달라진다. 기판 면적을 무작정 키웠다간 데이터 이동 거리가 길어지고 그에 따른 전력 손실, 성능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TSMC에 따르면 SoW-X는 아예 기판이 필요없다. 이는 AI 칩 제조에서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실리콘 인터포저가 없어도 된다는 뜻이다. 고비용이 요구되는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웨이퍼 상태에서 칩 간 연결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CoWoS 대비 성능을 최대 40배 향상하겠다는 목표로, 2027년부터 대량생산에 착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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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하는 공장들도 이런 구상과 맞닿아 있다. 새로 지어지는 패키징 전용 공장 2곳, 기존 팹 단지에 내 조성될 연구개발(R&D) 센터 등은 진일보한 첨단 패키징 기술로 시장 장악을 유지하겠다는 청사진을 본격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게임 체인저'는 수율이나 (매우 고비용일 것으로 예상되는) 단가 등이 아직 공개된 바 없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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