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예고 속 탈원전 논쟁 재점화
태양광·풍력 등 모두 기대이하 성과
해외도 원전 복귀…한국은 제자리
이제 6월 3일 투표가 끝나면 21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기상청의 역대급 폭염 예보로 에어컨 판매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올여름의 전력난이 걱정이다. 이미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에너지 정책을 두고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원전의 '위험성'을 핑계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는 후보도 있고,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원전 확대를 주장하는 후보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탈원전'의 이념적 대립이 대선 정국을 여전히 짓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RE100'의 망령도 되살아났다.
정작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감정적 대립'은 국민적 관심사가 아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합리적 균형을 추구하는 에너지 정책이 절실하다. 돌팔이 전문가의 어설프고 단편적인 조언을 듣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더 용납할 수 없다.
이제 망국적인 '탈원전'의 폐해는 삼척동자에게도 분명한 상식이다. 영국의 원전 건설 수주도 포기해야만 했고, 원전 산업계 전체가 몰락 위기에 시달렸다. 한전은 깊은 적자의 늪에 빠져버렸고, 국민과 기업은 전기요금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 kWh 당 114.2원에서 3년 만에 182.7원으로 60%나 치솟았다. 기업들이 직접 발전소를 짓는 등의 자구책을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재생의 한계도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간헐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로는 데이터센터 운영이 불가능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도 여전히 미완성의 미래 기술이다. 엄청난 비용도 감당할 수 없고, 시도 때도 없이 시작되는 화재의 위험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스페인·포르투갈을 10시간 동안 강타한 대정전(블랙아웃)도 과도한 재생에너지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71%가 넘는 극단적인 전력 혼합이 송전망의 주파수 안정성을 무너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나라 전력망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전력섬'에 사는 우리의 사정도 스페인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해상 풍력의 전력 생산 단가가 앞으로 kWh당 70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낡은 억지다. 현실은 정반대다. 앞으로 20년 이상 쓸 수밖에 없는 해상 풍력 설비의 건설비용은 오히려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미래의 생산 단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엉터리 '추정'이 새로운 것도 아니다. 태양광 전력이 kWh당 90원 대로 떨어진다는 주장이 대세였던 때가 있었다. 10년이 지났지만, 태양광 전력의 생산 단가는 요지부동이다. 앞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을 믿고 상품을 구매하는 어리석은 소비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원전이 위험해서 포기해야 한다는 비겁한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술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문외한의 무책임한 억지다. 더럽고 위험한 기술도 우리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깨끗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가 그렇고, 비행기도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원자력 확대를 선언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유럽의 국가들도 원전 복귀를 선택하고 있다. 원전의 위험성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선택이다. 우리만 비겁한 선택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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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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