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서 60대 이상 매도인 비중 높아져
1~4월 서울 50세 미만 매수인 62.3%
부동산이 세대 간 자산 이전 매개 통로로
올해 대한민국의 봄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뜨거운 여름이 올 것 같다가도, 비바람이 몰아치며 다시 초봄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불안정한 기후가 반복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이와 유사한 모습이다. 불확실한 정치 상황, 저성장과 고물가, 고금리 기조 속에서 자산 시장의 수익 구조는 균형을 잃었다.
시중 유동자금은 국가가 더 이상 개인의 노후를 책임질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움직이고 있다. 기성세대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현금흐름을 만들고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한 젊은 세대는 자산 가치가 상승하고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일부 부동산에만 집중하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의 주택시장은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전체적으로 거래량과 가격은 정체된 모습이지만 일부 초고가 인기 지역은 오히려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가격 변동보다 더 주목해야 할 변화는 누가 사고, 누가 팔고 있는가에 대한 세대 간 구조 변화다. 서울시 자치구별 부동산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올해 1~4월 매수자와 매도자의 연령대가 뚜렷하게 갈린다. 핵심은 '젊은 층이 사고, 고령층이 판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집합건물을 매도한 50세 이상 매도자의 비중은 61%인 반면 50세 미만 매수인 비중은 62.3%에 달한다.
50세 미만의 매수자 비중은 강남구 외에도 양천구(72.1%), 성동구(71.2%) 등 주요 인기 지역에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금천구(44.4%), 도봉구(50.4%), 중랑구(52.8%)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 지역별 주거 환경과 가격대에 따라 젊은 층의 매수세가 선별적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매도인은 전반적으로 고령화되고 있다. 모든 자치구에서 60대 이상 매도인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고, 70대 이상의 비중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은퇴 후 자산 정리, 노후 자금 확보, 자녀 증여·상속 준비 등 생애 주기적 판단과 맞물린 결과다.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세대 간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고령층은 팔고, 젊은 실수요층은 산다. 이 같은 거래 흐름이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부동산이 세대 간 자산 이전을 매개하는 통로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거래 데이터 해석을 넘어 향후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공급량뿐만 아니라 누가 살 것인가다. 고령자가 내놓은 주택을 젊은 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가, 초기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 없이 지금의 거래 구조는 지속할 수 있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부동산 젊은 세대에는 금융 접근성 완화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고령층에는 자산 정리를 위한 유연한 세제 설계와 주거 전환을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 주택 시장이 변덕스러운 올봄 날씨처럼 불안정하지 않으려면 세대별 선택이 단절이 아닌 연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정교한 부동산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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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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