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대선마다 소환되는 노무현 정신](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4111509583811515_1731632318.jpg)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싶다."
지난 11일 부산 명지시장 유세 현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본받겠다는 뜻을 전했다.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은 이 후보는 민주당에서 정치 이력을 쌓지 않았다. 그런 인물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 전 대통령과) 정책적인 면은 좀 다를 수 있지만, 정치적 자세에 있어서는 닮으려고 노력해 왔다"는 게 이 후보의 설명이다.
대선 후보가 노무현 정신 계승을 언급하는 장면은 낯선 일이 아니다. 지역주의 타파와 지방분권 실현을 꿈꿨던 개혁파 정치인. 그의 드라마틱한 정치 여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에 가깝다. 자기 정치 이념과 무관하게 노무현 정치를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최근 커뮤니티에 "노무현 전 대통령 권유에 따라 꼬마 민주당을 갔다면…"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노 전 대통령은 검사 출신 홍준표를 정치인으로 영입하고자 했다.
하지만 홍 전 시장은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국회의원이 되면서 정치인으로서 다른 길을 걸었다. 줄곧 보수 정당 쪽에서 활동하다 정치 은퇴를 선언한 홍 전 시장이 노 전 대통령과 손을 잡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전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비록 정치 노선은 달랐지만 '정치인 노무현', 그 자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노 전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1위로 평가받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동시에 과거 행동에 관한 미안함도 녹아 있다. 2009년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이후 많은 이는 "꽃이 진 뒤에야 봄인 줄 알았다"면서 후회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길을 가다 돌부리에만 차여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고 했다.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늦게 들어와도 동네북으로 여기던 대통령 얼굴부터 떠올리던 시절이다. 그랬던 국민이 정치인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현실 정치의 갑갑함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시 그런 지도자가 나타나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노 전 대통령은 불의 앞에서는 물러섬이 없었다. 특권과 반칙을 타파하겠다면서 기득권과 맞섰던 그의 진심을 당시 국민은 헤아리지 못했다.
대선 후보들이 진정으로 노무현 정신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무엇을 본받아야 할까. 참여정부는 진보 진영 반대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진영 논리를 떠나 무엇이 우리 사회를 위한 길인지, 국민들을 위한 선택인지 헤아렸고, 추진력 있게 실천했다.
그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과 실천이 바로 노무현 정신의 요체다. 힘의 논리를 지양하고, 설득을 이어가는 모습. 승자 독식이 아닌 패자 부활전이 가능한 세상.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라고 차별하거나 외면하지 않는 사회. 정치 반대파의 견해도 존중하며, 새로운 길을 함께 찾고자 하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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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민 정치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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