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는 8일 롯데그룹에 대해 약화된 현금 창출력으로 인해 차입 부담을 단시일 내 경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서민우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이날 포스코, 롯데, SK, 한화그룹 크레딧 이슈(Credit Issue) 점검 웹캐스트에서 "그룹 핵심 사업인 화학 부문이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 확장 과정에서 높아진 재무 부담으로 그룹의 위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롯데그룹은 작년 그룹 전반적으로 이익 창출력이 저하되고 있다. 화학 부문의 영업적자가 심화되고 있고 관광과 레저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올해도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서 애널리스트는 "극심한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석화 업황과 국내 소비 침체 장기화로 인해 오프라인 수요 전망이 어두운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그룹 전반의 실적이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금 소요가 영업창출현금을 상회하고 있고 순차입금도 확대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작년 말 그룹 순차입금은 40조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4조원 증가하는 등 차입부담 확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작년 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자산 재평가 결과가 각사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부채 비율 등 그룹 재무 건전성이 개선됐지만, 이는 현금 유입 없이 표면적 지표가 개선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업황이 악화된 만큼 단기일 내 차입금 부담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일단락되고 지분 및 비주력 사업 매각에 따른 추가 유동성 확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룹 영업현금창출력 회복 지연 우려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한신평은 롯데그룹이 2021년부터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으나 성과는 미진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합산 투자 규모는 2020년 3조원 수준에서 2023년 6조7000억원으로 확대됐고 작년에도 5조원 내외"라며 "업황이 부진한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소재 중심으로 자금이 집행됨에 따라 당분간 가시적인 투자성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재무구조 개선, 수익성 강화 등을 위해 롯데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보유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지켜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전방 수요 부진, 불안정한 금융 여건 등이 포트폴리오 효율화 달성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주력 부문 실적 개선 지연 등으로 그룹 영업 현금 창출 부진이 심화될 경우에는 재무 융통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작년 롯데케미칼 영업손실이 8941억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 이후 3연속 대규모 적자가 이어졌다"며 "현금 창출력 약세, 이자 부담 등을 감안할 때 늘어난 차입 부담을 당장에 감축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구조 재편, 재무 안정성 제고를 위한 자구책 시행, 성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차후 평가 시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변경이 롯데지주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한다. 작년 6월 한신평은 롯데케미칼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와 연계해 롯데지주 장기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다. 그는 "현재 구조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락 시에 롯데지주 신용등급 또한 연계해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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