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프랑스 '무똥 까데(Mouton Cadet)'
1930년 출시 프랑스 최초의 브랜드 와인
전통과 혁신 결합…보르도 떼루아의 정수
블렌딩의 힘 '무똥 까데 퀴베 헤리티지'
"훌륭한 와인은 타협 없이 만들어져야 한다."
세계적인 와인 산지 프랑스 보르도(Bordeaux)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인 '샤또 무똥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의 소유주였던 필립 드 로칠드 남작(Baron Philippe de Rothschild)이 남긴 말이다.
佛 최초의 브랜드 와인 '무똥 까데'
무똥 까데의 기원은 보르도라는 땅과 그 땅에서 오랜 시간 끊임없이 포도를 가꾸고 길러온 이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필립 드 로칠드 남작은 자신이 아끼는 보르도 지역의 품질 좋은 와인 소비가 특정 계층으로 제한된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에게 와인은 누구나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했기에 빼어난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적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은 외면할 수 없는 과제였다.
1930년, 스물여덟의 필립 드 로칠드 남작은 마침내 로칠드 가문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고품질 와인을 선보이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브랜드 와인 '무똥 까데(Mouton Cadet)'의 출시였다. 와이너리의 이름이 곧 제품명이던 시절 그와 별개로 와인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시도였고, 기존 업계의 와인 생산과 거래 관행을 넘어서는 신선한 사건이었다. 무똥 까데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양(羊)을 뜻하는 '무똥'과 막내를 의미하는 '까데'가 더해진 것으로 샤또 무똥 로칠드의 주인이자 가문의 막내아들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는 표현이었다.
무똥 까데의 이름을 전 세계로 알린 것은 그의 딸 필리핀 드 로칠드 남작부인(Baroness Philippine de Rothschild)이었다. 1988년 아버지를 이어 와이너리를 물려받은 그는 무똥 까데와 보르도 와인 업계의 강력한 홍보대사였다. 다양한 저명인사들과 교류하며 브랜드를 알렸고, '무통 까데 리저브(Mouton Cadet Reserve)' 컬렉션을 개발하고, 무통 까데 라인업에 화이트와 로제 와인을 추가하는 등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적극적이었다.
현재까지 무똥 까데의 상징 역할을 하고 있는 로고 '바르바쿠스(Barbacchus)'를 만들기도 했다. 바르바쿠스는 프랑스어로 수염을 뜻하는 '바르베(Barbe)'와 술의 신 '바쿠스(Bacchus)'를 결합한 단어로 양의 머리와 포도송이를 결합한 그의 연필 스케치에서 비롯됐다.
2014년부터는 필리핀의 아들 필립 세레이 드 로칠드(Philippe Sereys de Rothschild)가 와이너리의 수장이 됐다. 그는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환경과 사람을 존중하는 관행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아울러 포도 재배 커뮤니티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컬렉션 내 다양한 와인의 맛을 개선해 젊은 세대 사이에 연대감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고 있다.
자연의 한계 넘어선 '창의성'
보르도는 프랑스 최대 규모의 와인 생산지로 뛰어난 숙성력과 깊은 복합미를 겸비한 와인을 생산한다. 보르도는 대서양 연안의 멕시코 만류의 영향을 받아 해양성 기후를 보이는데, 바다와 가까운 입지와 지역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지롱드(Gironde)강 등으로 인해 기후는 전반적으로 온화하다.
연평균 강우량은 950㎜ 정도로 부르고뉴(Bourgogne) 지방보다 약간 많은 편이다. 여름과 가을은 따뜻하고 일조량이 풍부하다. 하지만 6월 개화와 열매 형성 시기의 날씨가 변화무쌍해 수확량의 편차가 있고, 곰팡이병의 피해를 받기도 한다. 특히 수확 시기에 내리는 비로 인해 포도의 수분이 증가해 풍미가 희석되기도 해 빈티지에 따른 작황의 편차가 큰 지역이다.
매년 오락가락하는 기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보르도 와인의 매력이다. 그 중심에는 '보르도 블렌드(Bordeaux Blend)'로 불리는 일종의 마법이 있다. 보르도 지방의 와인은 대부분 단일 포도 품종으로 양조하기보다는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섞어 만들어진다. 매년 날씨에 따라 품종별 작황이 다른 만큼 이를 반영한 블렌딩을 통해 상황별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보르도라는 변화불측한 기후를 지닌 지역에서 오랜 기간 포도를 재배하고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선 창의성이 필수적이다. 혁신 정신을 앞세워 시작한 무똥 까데의 와인메이킹에서도 창의성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무똥 까데의 총괄 와인메이커(Director of Mouton Cadet Wines) 제롬 아귀레(Jerome Aguirre)는 "매년 기후가 일정하고 안정적인 지역에선 양조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곳들이 꽤 있지만 보르도처럼 매년 기후가 일정하지 않은 지역에선 다양성과 창의성이 필연적"이라며 "자연이 제공한 다양한 기후와 토양, 품종이라는 재료를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블렌딩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똥 까데는 해당 빈티지를 신중하게 평가해 그 해의 특성은 반영하면서도 일관된 품질은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아귀레 디렉터는 "우아함과 복합성,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빈티지마다 맞춤형 접근방식을 적용해야 하므로 블렌딩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후변화가 포도의 성숙도와 균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빈티지 컨디션이 중요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포도밭을 세심하게 모니터링해 포도의 숙성도가 최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와인명가 로칠드 가문의 백년 유산 '무똥 까데 퀴베 헤리티지'
무똥 까데 블렌딩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와인으로는 '무똥 까데 퀴베 헤리티지(Mouton Cadet Cuvee Heritage)' 컬렉션을 꼽을 수 있다. 퀴베 헤리티지 컬렉션은 필립 드 로칠드 남작의 정신을 이어받아 보르도 와인의 우아함을 재해석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출발한 제품군으로 와인 라벨에도 1950년대 당시 오리지널 디자인을 적용해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조했다.
와인은 코트 드 보르도(Cote de Bordeaux) 지역의 엄선된 떼루아에서 재배된 포도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지역의 다양성과 풍부한 아로마, 세련된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귀레 디렉터는 "접근성과 숙성 잠재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 신선함이 돋보이는 어린 와인일 때나 아름답게 숙성됐을 때 모두 풍부한 표현력을 느낄 수 있도록 양조했다"고 설명했다. 코트 드 보르도는 블라이(Blaye), 카스티용(Castillon), 프랑(Franc), 카디약(Cadillac) 등 4개 주요 지역으로 구성된 지역 등급 명칭으로 메를로(Merlot)를 주로 재배한다.
레드 와인인 '무똥 까데 퀴베 헤리티지 루즈(Mouton Cadet Cuvee Heritage Rouge)'는 카스티용의 우아함과 블라이의 풍부함에 메독(Medoc) 지역 점토의 힘이 더해져 강렬하면서도 관대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2022 빈티지 기준 메를로 78%,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22%가 블렌딩 됐다. 루비 빛이 살짝 감도는 블랙체리색의 와인은 레드커런트와 체리, 블랙베리 아로마로 시작되며, 점차 육두구와 토스트, 야생딸기 노트가 더해진다. 입 안에선 검붉은 과일 풍미가 감미롭게 채워지고, 미묘한 바닐라 터치와 함께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같은 헤리티지 컬렉션의 화이트 와인인 '무똥 까데 퀴베 헤리티지 블랑(Mouton Cadet Cuvee Heritage Blanc)'도 빼놓을 수 없다. 2023 빈티지 기준으로 세미용(Semillon) 60%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40%가 블렌딩된 헤리티지 블랑은 무똥 까데의 화이트 와인 중 유일하게 오크 숙성을 진행하는 와인으로 가볍게 토스팅된 새 프렌치 오크통에서 미세 앙금과 함께 7개월간 부분 숙성해 완성한다. 이로 인해 풍성하면서 유연한 균형 잡힌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전통과 현대 융합…타협 없는 와인
무똥 까데는 보르도 전역에 걸쳐 150명의 포도 재배자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포도를 공급받고 있다. 1500헥타르(ha)에 달하는 이들 포도밭은 무똥 까데의 와인메이킹팀이 제시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재배·관리되고 있고, 아귀레 디렉터를 필두로 한 7명의 무똥 까데 와인메이커들이 매일같이 포도밭을 모니터링하며 포도의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 뜨는 뉴스
지속가능성이라는 글로벌 와인 업계의 화두에 따라 환경을 최우선에 둔 와이너리 운영도 이어가고 있다. 아귀레 디렉터는 "와인메이킹팀의 노력과 포도 재배자들의 지원 덕분에 무똥 까데의 와인들은 환경친화적인 생산을 보장하는 다양한 인증과 라벨을 획득했다"며 "지속가능한 포도 재배와 와인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 소비자에게 높은 투명성을 제공한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품고 있는 '공정무역 인증(Fair for Life)' 인증이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