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지난해 미래사업본부 신설
데이터·인덱스 사업 분리해 수익성 다변화
'금융위 통제 받는 공공기관' 인식 발전에 걸림돌
IPO 통해 민간기업으로 나아가야
국내외에서 경쟁에 직면한 한국거래소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장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기업공개(IPO)나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해외 거래소들과 동등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한국거래소는 자체적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래사업본부를 설립했다. 지난해 9월 말 출범한 미래사업본부는 경영지원본부에서 인덱스사업부와 데이터사업부를 분리시키고 미래사업부를 신설해 총 3개의 전문 사업부서로 구성됐다. 주요 해외 거래소들이 데이터와 인덱스를 핵심 사업으로 인식하고 자회사 등 독립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을 감안한 조치다. 거래소는 인덱스 및 데이터 사업의 전문화와 고도화를 통해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대체거래소 설립 등 심화되는 경쟁환경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해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사업본부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기존 수수료 중심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미래 먹거리를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면서 "인덱스, 데이터 등 성장성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조직을 신설해 신규 수익원 확보의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식시장 구조 개편도 추진 중이다. 현재 이를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정 이사장은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에 대해 구조적 측면에서 개편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이 제기돼 왔다"면서 "이에 정책당국, 연구소와 함께 연구를 시작했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시장 구조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래소 체제 및 지배구조 개편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상장제도와 상장폐지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통해 상장기업의 질적 수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개점휴업 상태인 코넥스와 코스닥 일부를 장외시장으로 보내고 코스닥을 한계기업 여부 등에 따라 1, 2부로 구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유가증권시장도 밸류업 의지에 따라 1, 2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기업지배구조나 주주환원 정도 등을 감안해 시장을 1, 2부로 나누면 자연스럽게 밸류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의 IPO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5년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방안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해 상장을 추진하고 각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당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한국거래소가 70년 동안 나름의 경쟁력을 갖춰왔고 수익성과 성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노력을 많이 했다"고 평가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신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계열회사 간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는 장점 등이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은 지주회사 체계를 갖추는 것보다 거래소 IPO를 통해 민간기업으로 변모해서 세계 유수 거래소들과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가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지만 여전히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공공기관이라는 인식도 여전하다. 이준서 교수는 "거래소가 지나치게 금융당국의 영향을 받는 점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대만거래소가 최근 약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사장이 민간인이어서 혁신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전략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거래소를 공공재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예를 들어 거래소가 보유한 데이터를 공공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해외에서는 데이터 사용에 대한 과금이 철저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인식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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