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F&B 상장폐지, 중복상장 해소 기업가치↑
글로벌 식품매출 비중, 2030년 40%로 확대
동원그룹이 글로벌 식품 시장 공략을 위해 조직 재편에 나선다. 지주사 동원산업이 계열사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완전 편입하고, 동원F&B는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된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복잡한 지배구조 해소를 위해 주도한 첫 전략적 개편 조치다.
동원산업과 동원F&B는 지난 14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의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동원산업이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동원F&B 주주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환 비율은 동원산업 1주당 동원F&B 0.9150232주다. 이 계약이 마무리되면 동원F&B는 비상장 회사로 전환돼 동원산업이 지분을 100% 소유하게 된다.
김남정 회장, "청동기 같은 혁신 필요"
이번 조직 재편은 김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청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기 때문"이라며 기존 사업 방식에서 벗어난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동원도 게임의 룰을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관성적 사고를 버리고 파괴적 혁신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원그룹은 그동안 국내 식품 사업에 치중해 왔는데 내수 정체와 경쟁 심화 속에서 글로벌 시장 확대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동원그룹은 지난해부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식품 사업 전략 개편을 검토했다. 그 결과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동원F&B와 동원홈푸드, 미국 스타키스트(StarKist), 세네갈 스카사(S.C.A SA) 등을 묶는 '글로벌 식품 사업군(Global Food Division)' 신설을 결정했다.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운영했던 생산·유통·마케팅·연구개발(R&D) 기능을 하나로 일원화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동원산업은 원양·가공·물류·패키징·사료·식자재 등 다양한 사업 영역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해양수산, 글로벌 물류, 글로벌 식품, 패키징으로 사업 부서를 통합·재편한다. 동원은 지난해 22%였던 해외 식품 사업 매출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4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글로벌 R&D센터 신설…연구개발 역량 3배로
동원그룹은 각 계열사에 흩어진 연구개발 조직을 '글로벌 R&D센터'로 통합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을 현재 0.3% 수준에서 2030년까지 1%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의 현지 유통망을 활용해 북미와 중남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동원F&B의 대표 제품과 스타키스트의 히트상품을 결합한 공동 패키지 제품을 출시하고, 통합 R&D센터에서 공동 개발한 신제품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동원산업 산하의 참치어획·캔가공 자회사 세네갈의 스카사와 캅센은 중동 및 유럽 시장으로 가는 교두보로 삼는다. 그동안 동원F&B 단독으로는 자금력 등 한계로 어려웠던 글로벌 대형 인수합병(M&A)도 앞으로는 동원산업 주도로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중복상장 해소…투자자 친화적 지배구조로
이번 개편은 지주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중복상장' 문제를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그동안 중복상장은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유발해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이번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동원F&B 주주들은 동원산업 주식으로 전환된다. 배당금도 기존 F&B 주당 800원에서 동원산업 주당 1100원 수준으로 올라 주주 친화적 구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원산업의 최대 주주인 김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기존 87.9%에서 78.9%로 낮아지지만, 그룹 전체의 외형 확장과 장기적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동원산업 지분율은 김 회장이 60%, 김재철 명예회장이 21.5%, 동원육영재단이 4.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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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관계자는 "식품 계열사 재편을 통해 글로벌 사업 확장과 중복상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구조적 혁신 작업"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제2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며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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