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관세 예외 적용 후 번복
반도체 업계 "美 발표 예측 불가"
고율관세 대상 가능성은 여전
미국 빅테크 타격에 관세 제외 전망도
미국이 또다시 반도체 관세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내 관련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스마트폰, 컴퓨터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완제품에 대해 관세 예외를 적용하겠다고 했는데, 이틀 만에 부과 방침을 밝힌 것이다. 국내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예측이 어렵고 입장이 자주 바뀐다"며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날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방침을 발표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침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창한 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재로선 반도체에 관세를 매길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며 "기업들도 미국에 추가적으로 반도체 공장을 지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업계는 주로 주문형 수요이기 때문에 관세가 올라가면 제품 자체의 가격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정부의 통상 대응과 협상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관세가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 명확해질 때까지는 당장 투자나 공급망 전략을 조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국 세관이 발표한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일부 전자제품이 제외된 점은 당장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메모리 모듈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완제품을 상호관세 제외 품목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뿐 아니라 애플, 델, 엔비디아, TSMC 등도 한시적으로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가 별도 품목으로 분류돼 고율 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지난 금요일(4월11일) 관세 예외를 발표한 적이 없다"며 "이런 제품들은 기존 20% 펜타닐 관세 적용을 받고 있고, 단지 다른 관세 범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기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실질적인 제조업 유턴(리쇼어링)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결국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목적"이라며 "중국이 아닌 미국에 제조 기지를 옮기도록 시간을 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관세를 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반도체가 고율 관세에서 제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단은 전자 부품 쪽에선 관세 면제를 한 상황"이라며 "90일 후에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면제 규정을 두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별로 없고 다른 국가에 관세를 매길 경우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반도체 품목이 면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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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통상 협의가 본격화되면 실제 관세 부과 여부와 범위는 정치·외교적 변수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미 행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 향후 대응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준비할 계획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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