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尹 점지한 사람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尹과 결별 불가피 거론하는 국민의힘
집회 등에서도 尹 지지 흐름 급격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된 뒤에도 '보수의 지도자'로 남아 있을까.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예상됐던 지지자들의 강력한 저항 등이 없었던 점과 차가워진 당 안팎의 여론,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다른 정치적 자산 등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이 정치력을 보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7일 YTN 라디오에서 향후 대선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선출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놨다. 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예언자적 지위에서, (그가) 점지하는 사람이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가 된다고 본다"며 "그런 면에서 그분(국민의힘 대선후보)이 과연 윤 전 대통령이 내건 가치에 대해서 얼마만큼 충실하게 구현하느냐에 관해서 국민적 심판이 내려지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은 보수 우파의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강한 팬덤을 형성했다"며 "과거 박사모처럼 어떤 사람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윤 전 대통령이 내건 이념과 가치, 진로 설정에 대한 동조화로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지지하는 정치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정치인"이라는 주장을 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후 내놓은 메시지도 지지층에 맞춰져 있다. 변호인단을 통해 내놓은 메시지에는 지지층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전국 각지에서 자유와 주권수호의 일념으로 싸우는 모습을 봤다. 거리와 교정에서 청년 학생들의 외침도 들었다"며 "몸은 구치소에 있었지만 마음은 여러분 곁에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탄핵에 반대한 시위대를 향해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저는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尹과 거리두는 국민의힘
윤 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 선거 등 앞으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정치권 내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과 관련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의 가치는 법치주의와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다. 헌법 수호를 하지 않아 탄핵당한 윤 전 대통령에 미련을 갖지 말라"면서 "국민의힘이 어떤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당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정당이고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비상계엄이라는 위헌·위법 행위로 탄핵된 대통령과의 절연은 필연적"이라고도 했다.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탄핵당한 대통령 아니냐.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해 국민의힘과 한 묶음으로 선거 구도를 만드는 게 민주당의 전략이라고 본다"면서 "정치적으로는 이제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은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갔고, 당적 정리 등의 부분도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다시 대선을 치러야 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야권은 윤 전 대통령 측이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이 상당히 큰 착각을 가진 것 같다"며 "개인에 대한 엄청난 지지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 상황(현직 대통령 탄핵)이 만들어 놓은 극렬 지지자들의 반응과 개인적 지지를 착각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헌재 결정문을 보면 시민을 지켜야 할 군대를 시민과 대치하게 만들었다, 국군통수권자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표현들이 등장한다"며 "엄청나게 뻔뻔하다"고 꼬집었다.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지지 움직임은 윤 전 대통령 개인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었는데,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와 윤석열은 시작부터 다르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과거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이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에도 국민의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를 두고서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실제 윤 전 대통령이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상황 등이 여럿 확인된다.
우선 헌재의 결정 직후 지지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8년 전 탄핵 당시 유혈사태를 재현하지 않겠다는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 방침 덕도 있지만, 이번 파면 결정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반발이 크지 않았다. 실제 2017년 박 전 대통령 난핵심판 선고 때에는 4명이 목숨을 잃고 67명이 다쳤지만, 이번에는 부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국회나 용산 관저 주변도 차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진영은 분화되고 있다. 손현보 부산 세계로목사가 이끄는 개신교계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헌재 결정 수용 의사를 밝혔다. 헌재 결정에 불복의사를 밝힌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 등이 주말에 시위에 나섰지만, 시위 규모가 눈에 띌 정도로 급감했다.
신 변호사가 언급한 것 처럼 윤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개인적 지지가 없다는 점도 정치력의 한계가 될 수 있다. 윗사람의 딸을 높여 이르는 말인 영애(令愛)로 불리며 오랜 기간 지지층과 세월을 함께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 속에서 일약 스타처럼 등장했던 터라 지지기반이 약하다. 지역이나 세대, 정치적 경험 등에 있어서 공감대가 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오랜 정치이력으로 인해 당시 '박사모' 등 고정팬층이 형성되어 있었지만, 윤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이런 팬층이 두텁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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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보수의 본산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TK) 일대에서 선거마다 당락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의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을 당락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크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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