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후 대책이 담긴 전문가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싱크탱크 제네바안보정책센터(GCSP)는 우크라이나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지난주 발간했다.
GCSP는 31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를 통해 약 1100km의 전선을 따라 최소 너비 약 10km의 완충지대를 구축해 양측의 충돌을 억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민간인과 경찰로 구성된 5000명 규모의 인원이 휴전선을 따라 순찰하고 제3국에서 파병한 1만명 규모의 병력이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활동은 유엔 등 국제기구의 위임을 받아 운영되며 전쟁 억지력 확보를 위한 '인계철선' 역할을 할 다른 부대들과는 별개의 성격일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GCSP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 당국자로 구성된 합동위원회가 국제감시단과 협력해 포로 석방, 지뢰 제거, 민간인 왕래 등을 협상하도록 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측 외교정책 전문가들도 개인 자격으로 관여했으며 논의 전후 자국 정부와 관련 내용을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토마스 그레밍거 GCSP 소장은 말했다.
실제 이 보고서는 정식 발간되기 전인 지난달 기밀 채널을 통해 관련국들에 사전 공유됐으며 해당 채널은 제네바에서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정례적으로 진행하는 회의였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신속한 휴전이 타결된다고 해도 한국과 북한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 길이의 5배에 해당하는 전선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유럽 안보 전문가 월터 켐프는 "사상 최대의 휴전 감시 작전 중 하나가 매우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 새뮤얼 채럽도 "전례 없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직후인 2015년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위반 행위를 처벌할 수단이 부재했던 까닭에 유명무실해진 경험이 있다.
아울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휴전에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와 관련해서도 여전히 회의론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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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야니스 클루게 연구원은 "(휴전이 임박했다는) 환상에 마음을 빼앗기면 위험하다"며 "우크라이나가 독립과 주권을 유지하는데 러시아가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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