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방패, 심장부를 가다⑤]
2021년 신입 이직률 17.6%로 껑충
3년차 성과급 포함 연봉이 1.4억 수준
높은 업무 강도에 벤더사行 이탈 적지않아
<글 싣는 순서>
<1> 神이 된 TSMC…‘2나노’ 성지 가보니
<2> TSMC 발목 잡는 ‘6결’과 기술 안보
<3> 無名 대만이 열린다
<4> 한-대만, 견제와 협력 사이
"TSMC 직원의 채용을 가급적 자제해달라."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는 몇 해 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사인 네덜란드 ASML에 공문을 하나 송부했다. 자사 직원의 채용을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문서였다. 반도체 시장의 '슈퍼을(乙)'로 알려진 ASML이지만, 주요 고객사의 요청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지금도 ASML은 TSMC 출신 엔지니어 등 채용을 가급적 피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6일 대만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TSMC는 신입사원 이직률이 지난 2021년 17.6%로 치솟자, 주요 관계사에 공문을 보내 자사 직원 채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급 증액, 주가 상승에 따른 배당금 확대 등의 효과로 이직률은 2022년 15.0%, 2023년 8.9%까지 하락했다. 전 직원 이직률 평균도 2021년 6.8%, 2022년 6.7%에서 2023년 3.7%까지 낮아졌다.
TSMC는 대만 내에만 7만여명에 달하는 직원에게 매년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직이 여전히 적지 않은 이유가 높은 업무강도 때문이며, 회사 측이 근본적 개선 방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TSMC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공식적인 TSMC의 직원 급여 중윗값(연금 및 복리후생비 제외)은 2023년 기준 250만대만달러(약 1억1095만원)다. 구체적인 근무 현황이나 성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TSMC 3년 차 엔지니어의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 약 1억400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동종업계를 비롯해 대만 내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수준이지만, '워라밸(일·생활 간 균형)'을 중시하는 20~30대 젊은 엔지니어들을 붙잡아두긴 역부족이다.
반도체 생산 라인은 24시간 풀 가동되며, 직원들은 하루 10~12시간씩 근무한다. 3교대 근무로 공장을 지키는 이른바 '나이트호크 부대'다. 여기에 생산 라인에 문제가 생기면 한밤중에라도 '사정 불문' 출근해야 하는 사내 문화가 여전하다. 지난 2021년에는 TSMC 미국 공장에서 근무하던 한 현지 엔지니어가 세계 최대 직장 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에 근로 시간이 지나치게 길고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저격 글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TSMC 내 관리자급이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사적인 질문 가운데 하나가 '집을 샀느냐'는 것"이라면서 "대만의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집을 산 시기로부터 7~8년은 대출 탓에 쉽게 퇴사하지 못한다고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꿔 말하면 입사 7년을 넘어가는 엔지니어는 대출의 30% 이상을 갚고 퇴사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고, 상당수가 연봉은 낮지만 근무 강도가 덜한 벤더사로 이직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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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제조업은 아래 직급으로 갈수록 안정적으로 종사자 수가 많아지는 피라미드 구조여야 하는데, TSMC는 이 구조가 무너질 위험이 매우 큰 상태"라면서 "중간중간 움푹 파이고, 특정 연차에서 우르르 떨어져 나가면서 TSMC에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이베이(대만)=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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