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율 GDP의 4%로 확대…내수 강조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작년과 같은 ‘5% 안팎’으로 설정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정부공작보고(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이 같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했다.
이는 3년째 같은 수준으로 세계은행(WB·4.5%)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4.5%), 국제통화기금(IMF·4.6%), 한국은행(4% 초중반) 등 해외 전망치와 비교해 공격적인 수치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도전적 목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 1에 달한다. 리 총리는 "취업 안정과 리스크 방지, 민생 개선의 필요"라고 설명했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는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 미만인 2%로 낮췄다. 이는 20년 만에 최저치로, 블룸버그는 중국이 마침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압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중국의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하는 데 그쳐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리 총리는 "수요·공급 관계를 개선하고 물가의 총 수준이 합리적 구간에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수를 강조했다. 또 올해 주요 과제로 소비를 진흥하고 투자 효율성을 높여 내수를 경제 주요 동력으로 만드는 것을 제시했다.
재정 적자율은 국내총생산(GDP)의 4%로 확대했다. 이는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실시해 정부 지출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작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예고하고 14년 만에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경제 정책 방향으로 설정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수십년간 공식 적자를 GDP의 3% 이하로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를 넘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전쟁이 수출을 위협함에 따라 국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비전통적인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4조4000억위안(약 882조원) 규모 신규 특별 지방정부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는 사상 최대치로, 작년 대비 5000억위안 증가한 것이다. 또 초장기 특별 국채는 1조3000억위안(약 261조원) 규모로 발행한다.
내수 진작이 주요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소비재 교체 구입 보조금은 3000억위안(약 60조원)으로 작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IMF 중국 책임자 출신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불리한 외부 환경 속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고착화됨에 따라 가계 소비 수요를 촉진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며 "일회성 정책이 일부 보탬이 될 순 있지만 지속적인 소득 지원과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근본적 조치가 필수적이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올해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 대비 10% 증액했다. 리 총리는 보고에서 첨단 산업을 지속 지원하고 투자 효율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국방 예산 증액 폭은 전년 대비 7.2%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 2년간 같은 증가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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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실업률 목표는 5.5%로 2020년부터 매년 같은 수치를 이어오고 있다. 신규 고용은 1200만명으로 작년과 같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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