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작년 결성 4호 펀드 40% 투자
발빠른 투자로 출자자들 안심시켜
SK 등 대기업 중심 확실한 거래 위주
SK해운 매각 추진…3호 펀드 회수 본격화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PE)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지난해 중순 최종 결성한 역대 최대 규모 블라인드펀드의 40%가량을 이미 소진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SK그룹 물량을 집중적으로 사고 팔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발빠른 투자 진행…LP들에게 '안심' 메시지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지난해 7월께 결성한 4조 7000억원 규모 4호 블라인드펀드 중 2조원 가량을 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펀드는 한국 투자 전용 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2023년 5월 1차 결성 직후 루트로닉 인수를 결정한 이후 지난해 2월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문(현 솔믹스)도 인수했다. 지난해 7월 펀드 최종 결성 이후에도 같은 해 10월과 12월 SK스페셜티와 SK엔펄스 CMP패드 사업부 인수를 결정하고 진행 중이다. 통상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펀드를 조성 중에도 투자를 진행한다. 그럼에도 최근 마땅한 매물이 없다는 M&A 시장 분위기와 다르게 한발 먼저 움직였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출자자(LP)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앤코의 펀드 수익률은 준수하다. 2019년 결성된 3호 펀드는 납입금 대비 분배율(DPI) 30%대를 기록했다. 연간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내부수익률(IRR)은 31%에 달한다. 2010년대 초중반에 결성한 1, 2호 펀드의 IRR은 20~25%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픈 손가락들은 있다. 2호 펀드로 투자 후 지난해 매각한 한온시스템이 대표적이다. 2015년 2조 7512억원을 들여 투자했지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매각한 금액과 그동안 받은 배당금으로도 수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한온시스템 주가가 떨어진데다 인수금융 이자비용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장으로 투자 원금은 회수했지만 아직 '만년 매물'로 남아있는 케이카와 인수 과정에서 오너 일가와 잡음이 불거졌던 남양유업도 아쉬운 부분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기본적으로 투자를 잘해서 역대 최대 규모 펀드도 만들고 인정받은 부분은 분명하지만, 특히 해외 출자자들이 한온시스템이나 남양유업 등의 M&A 과정에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는 얘기도 있다"라며 "이들을 안심시키고 확실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기 위해 4호 펀드 집행에 속도를 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중심 확실한 거래…가격 거품 최소화
그럼에도 시장에서 한앤코에 대해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지난해 4호 펀드 결성 당시 당초 목표치 4조 4000억원을 웃도는 투자금을 모은 것도 이같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앤코는 건실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직거래'하는 전략을 꾸준히 펼쳐왔다. 주관사를 끼고 경쟁 입찰을 벌이면 적정가보다 웃돈을 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판단에서다.
SK그룹과 꾸준히 거래를 맺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앤코는 2018년 SK의 오프라인 중고차 사업 부문을 2200억원에 인수해 케이카를 만들면서 SK그룹과 거래를 텄다. 같은 해 SK디앤디와 SK해운을 사들인 이후부터 지난해 SK엔펄스 CMP사업부까지 8년 동안 8건의 M&A를 진행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오너 일가와 별다른 학연·지연 없이도 이같은 거래를 성사시켰다"며 "그룹 입장에서는 서로 원하는 조건을 맞추면서 끝까지 거래를 믿고 마칠 수 있는 매수자를 원했고,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무리한 경쟁 없이 제값에 기업을 사들일 수 있다는 이점에 이해가 맞았다"라고 설명했다. UCK, 글렌우드PE 등 같은 전략을 펼치는 다른 PE도 많지만 아직 한앤컴퍼니가 독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해운 매각 눈앞…3호 펀드 회수 본격화
2019년 최종 결성된 3호 펀드 회수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SK해운 매각을 시작해, 최근 HMM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한앤코가 2018년 SK해운을 인수하면서 투자한 금액은 1조 5000억원이다. 현재 한앤코탱커홀딩스 유한회사를 통해 지분 71.43%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지분 100% 기준 몸값은 4조원대로 평가된다.
가격 협상이 관건이다. 앞서 HMM은 2014년 현대상선시절 LNG사업부를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할 때 2029년까지 해당 사업에 진출하지 않는 경업금지 조항을 달았다. 때문에 이번 매각에서는 LNG사업부를 제외한 선박 및 사업부가 인수 대상이 된다. 분리 매각을 해야 하는 데다, 해운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의 성격도 띠는 만큼 HMM을 제외한 추가 국내 원매자도 없는 상황이라 가격 협상에서 한앤코가 불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LNG사업이 알짜인 만큼 추후 별도 매각해도 충분히 제값을 받아낼 수 있어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코는 SK해운 인수 이후 SK가스, SK E&S, SK에너지 등 SK그룹사 뿐만 아니라 한국가스공사, 카타르에너지 등 우량 화주를 확보해 실적 안정성을 높였다"며 "LNG사업의 전망도 유망한 만큼 오히려 SK해운 통매각보다 LNG사업부문은 더 다양한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매각이 더 수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