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국 중동·아프리카 국가, 27일 정상 회의
팔레스타인 재건 문제 논의할 듯
트럼프 "가자지구 토지 구역 중동 다른 국가에 줄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재건’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22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아랍연맹의 정상들이 긴급 회동한다. 미국에 가자지구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중동국가에서 독자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가자지구 발언에 대해 각국으로부터 비판이 쇄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가자지구의 토지 구역들을 중동의 다른 국가에 줄 수 있다"며 한발 뒤로 물러난 듯한 입장을 보였다.
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집트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오는 27일 팔레스타인과 관련한 현안 논의를 위해 아랍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아랍정상회의는 아랍연맹(AL) 소속 국가들의 정상이 모여 국제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다. 아랍연맹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22개국으로 구성됐다.
이집트 외무부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심각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한 팔레스타인 국가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깜짝 발언에 아랍연맹이 "충격적"이라고 즉각 반발했던 만큼 이 회의의 주요 논제는 ‘가자지구’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는 비판 일색인 각국을 향해 백악관이 비난만 하지 말고 중동에서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지적한 데 대한 대응 성격을 띠고 있다. 앞서 마이크 왈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의 가자지구 장악 구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해결책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이 지역(중동) 전체가 자신들만의 해결책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인의 이주를 제안한 트럼프 대통령의 건의를 받아들일지, 중동국가에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 아랍권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아랍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부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사우디는 지난해 11월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연맹(LAS)-이슬람협력기구(OIC) 특별 정상 회의를 주도하며 이스라엘을 ‘대량 학살’ 국가로 비난했다. 이 회의를 주도한 것은 가자 사태 이후 정중동의 행보를 보여 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다. 빈 살만은 중동 지정학적 판도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아랍권 국가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재건 계획에 대해 9일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CNN에 따르면 그는 가자지구를 ‘거대한 부동산 부지’로 본다며 가자지구 재건 노력을 돕기 위해 중동 다른 국가에 일부 토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가자지구 재건 사업을 독점하지 않고 중동 국가에도 참여 기회를 주겠단 것이다. 이 같은 발언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는 중동국가들을 가자지구 재건 사업에 끌어들여 이들을 달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 깔려 있다.
가자지구 소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열망은 변함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관람하기 위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에서 "가자지구를 매입해 (미국이) 소유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미국이 그것을 소유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개발할 것"이라고 재차 소유 의지를 드러냈다.
사우디, 이집트와 곧 만나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빈 살만 왕세자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며 이들 두 국가가 자신과 대화한 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받아들이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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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돌보고 그들이 살해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으며, 개별 사례 검토를 통해 팔레스타인 난민을 미국으로 입국시키겠다고도 했다. 이는 취임 직후 불법 이민자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결이 맞지 않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엔인권이사회(UNHRC)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등 국제 구호기구에서 탈퇴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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