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식품산업 경기지수 86.2…전분기比 19.8P↓
"내수부진이 가장 큰 원인" 61.2%
역대급 내수부진 한파에 지난해 4분기 식품업계 체감경기가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내수부진이 악화된 데다,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1분기도 전 분기보다 악화할 전망이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국 식음료 제조업체 156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식품산업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식품산업 경기 현황지수는 86.2로 3분기(106.0) 대비 19.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식품산업 경기 현황지수는 1분기 92.4에서 2분기 93.6, 3분기 106.0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4분기에 크게 꺾였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 분기보다 경기가 좋아졌다고 보는 업체가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은 반대로 나빠졌다고 보는 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식품산업의 경기 전반이 악화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과 소비 패턴의 변화 등 '소비자의 소비량 감소'가 61.2%로 꼽혔다. 고금리와 환율 상승 등 '국제정세 악화로 인한 경제 불안'이 22.9%로 뒤를 이었고, 기후변화로 인한 원재료 작황 부진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악화'가 원인이라는 의견도 8.2%로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생산과 매출, 영업이익, 자금, 고용 등 거의 모든 부문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부문별로 생산 규모(90.2)와 생산설비 가동률(90.1), 매출액(87.1), 수출판매(94.7), 영업이익(89.6), 자금 사정(89.7) 등에서 모두 지수가 100을 밑돌았다. 특히 내수판매 지수는 86.0으로 전체 항목 가운데 가장 낮게 나타나 최근 소비심리 악화로 인한 내수시장 부진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원자재 구입가격 지수는 129.5로 전 분기(120.6) 대비 상승했고, 설비투자 지수도 109.6으로 전 분기(108.3) 대비 소폭 올랐다.
업종별로도 모든 사업체에서 내수 부진으로 인한 경기 악화를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효주업(61.1)과 낙농빙과(70.8), 유지제조(77.6), 육류가공(79.3) 등에서 현황지수가 80을 하회하며 낮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전망도 밝진 않다. 1분기 식품산업 경기 전망지수는 98.5로 지난해 4분기(102.6) 대비 4.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분기 95.2에서 2분기 104.9, 3분기 106.3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4분기 102.6으로 꺾인 후 2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부문별로는 생산규모(97.6)와 생산설비 가동률(98.3), 매출액(97.9), 내수판매(97.5), 영업이익(95.5), 자금 사정(98.4) 등에서 모두 지수가 100을 하회했다. 반면 원자재 구입가격(110.8), 제품 출고가격(103.9) 등 지수는 100을 상회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생산비와 판매가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말 내란 사태로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지며 소비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6.6% 올라 2021년(9.9%) 이후 3년 만에 최고 상승 폭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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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집계한 1∼11월 음식료품 소비도 2023년(-1.8%)에 이어 지난해에도 2.5% 줄며 낙폭을 키웠다. 음식료품 소비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연속 증가했지만 최근 3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소비심리가 급락했고, 이로 인해 급등한 환율은 소비 여건을 추가로 압박하는 요인"이라며 “소비심리가 개선되기 위해선 정치적 안정성이 회복되고 경제활동 심리가 약화 추세를 멈추는 것이 우선 선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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