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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위주 정리, 주장 비교 표… 쉬운 판결서 550건 예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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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민사·가사 증액 단독 사건과 소액사건을 중심으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판결서 작성에 나선 가운데, 지난해 5월 말부터 12월까지 108여 개의 실시 재판부에서 550건의 예시 판결서를 취합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판결서 적정화 시범 실시를 이어간 뒤 내년부터 적정화에 기여한 재판부에 대해 인센티브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 법조에서는 쉬운 판결서 작성 확대로 당사자가 판결서를 쉽게 이해하고, 신속한 분쟁 해결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초 사실 기재 생략, 작성 부담 줄어


쟁점 위주 정리, 주장 비교 표… 쉬운 판결서 550건 예시 나왔다 판결서 적정화 예시. 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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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이 입수한 ‘2024년 판결서 적정화 중간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판결서 적정화 시범 실시 중인 전국 법원의 재판부로부터 △건물인도철거 △임대차 △대여금 △매매대금, 물품대금 △청구이의, 제3자이의 △사해행위취소 △손해배상 △공사대금 △기타(민사) △가사 등 사건의 판결서가 제출됐다.


적정화 판결서의 전체적인 작성 방식은 ‘쟁점 위주’의 작성이다. 적정화 실시 재판부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형태이다. 실제 판결서 작성의 부담을 줄여주는 유력한 방식이다. 기초 사실 기재를 생략하고, 곧바로 쟁점 정리 및 쟁점에 대한 판단으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사안에 따라 분쟁 경위나 청구원인, 상대방 주장 등을 축약해 정리한 뒤, 쟁점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항소심 판결서는 항소이유의 요지와 판단 내용으로 구성된 예시가 제출됐다. 청구원인에 대해 실질적인 다툼이 없으면 별지를 활용하고 피고 주장에 대해서만 판단한 판결서도 있다. 청구원인 중 세부적인 항목이 여럿인 경우에도 별지로 대체하고 판단에서 각 항목의 인용, 기각 부분을 명시했다. 요건사실과 직접 관련 없는 사실 등은 빼거나 내용을 최소화해 기재한 판결서도 담겼다.


아울러 개조식, 나열식으로 문장을 작성해 문장 작성의 부담을 줄이도록 하고 다양한 주장이 있는 경우에는 표를 활용하기도 했다. 표에는 원고와 피고의 주장이 각각 정리됐고, 재판부의 판단이 4문장으로 정리됐다. 특히 임대차 원상회복이나 하자보수 등 세부 항목에 관해 다툼이 있는 경우, 판결서 내용이 더욱 길어지기도 하는데 제출된 판결서에서는 △각 순번 △계약기간 △주요 증거 △청구 용역비 △이 법원의 판단으로 간결하게 작성해 쉬운 이해를 도왔다.


증거는 핵심적인 것만 기재하도록 한 판결서도 예시로 들었다. 이혼 사건의 경우 가사조사관의 보고서나 계좌내역 등 양측의 이견이 없는 객관적인 증거들에 대해서는 기재를 생략했다.


시범 실시재판부로 참여하고 있는 한 판사는 “기초 사실은 당사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생략하더라도 큰 반발이 없을 것이고, 오히려 기초 사실이 틀리면 판결서의 전체 신뢰도가 떨어져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 중 하나”라며 “기초 사실을 생략하고 쟁점을 더욱 선명하게 정리할 수 있어 작성하는 입장에서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까지 시범 실시, 내년 본격 시행


법조에서는 법관이 판결서 작성에 투입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신속한 재판에 도움이 되고, 당사자는 판결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매년 사건 수가 많아지고 있지만, 법관 수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판결서 작성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라며 “모든 판결을 간결하게 쓰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따라 필요한 경우 간결하게 쓰고 법리 연구가 필요하거나 길게 정리할 수밖에 없는 사건에서는 길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지법의 한 판사는 “간결하게 작성하려면 당사자들이 가장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또 중요한 쟁점이 무엇인지 가려내야 하므로 판결서 작성에 투입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든다곤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안마다 이러한 방식이 정리된 이후에는 한 기일에 선고하는 사건 수가 2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당사자에 따라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여부와 상관없이 판결서에 상세한 판단 내용이 담겨야 납득할 수 있어 적정화된 판결서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른 부장판사는 “간결하게 작성한다면 빨리 쓸 수는 있지만, 설명이 짧아진다면 법원 판단을 납득하지 않는 당사자도 많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 판사는 “전통적 기재 방식보다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효과적인 기재 방식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정화라고 해서 간단하고, 축약한 방식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방식으로 판결서 적정화 실시 재판부를 운영할 계획이다. 적정화의 방식과 기재례 등에 관해 아직 충분한 정도의 사례 수집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판결서 적정화의 각급 법원 확산 및 안정적 정착을 위해 전국 고등법원 권역별로 판결서 적정화에 관한 연구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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