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영장·내란죄 철회에 강한 비판
탄핵 반대 집회 참석 의원들 언급 피해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사이에서 딜레마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와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사유에 내란죄를 철회한 점에 대해 강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의원들에 대해선 '개별 행동'이란 입장으로 선을 긋고 있다. 당내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를 의식해 이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조국 전 의원도 불구속 수사를 받은 바 있다"면서 "단지 직무가 정지됐을 뿐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 대원칙에 따라 임의수사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최근 공수처와 민주당의 내란죄 철회 등에 대해서도 "(민주당)당 대표 사법리스크 시간표에 맞춰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현 상황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태도를 즉시 멈춰달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지난 4년간 체포영장, 구속영장 한 번 집행해 본 적 없는 공수처"라면서 "그런 공수처가 위법적인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민의힘 전체가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은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 30여명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데 대해 국민의힘은 '의원들의 개별 행동'이라며 당론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지침을 주거나 한 것은 없다"면서 "자발적으로 간 것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지도부가 보고 받은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여권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과거 '한동훈 전 대표'와 같은 강력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도된 이후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보수 세력이 결집하고 있다. 이달 들어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를 회복했고, 국민의힘 지지율도 상승 국면으로 전환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지층을 결집해 놓아야 조기 대선을 준비할 수 있어서 지도부가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로는 쇄신을 통한 외연 확장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을 느슨하게 지지했던 분들은 오히려 떠날 것"이라면서 "중도층 대부분이 민주당으로 다 넘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을 지지해왔던 분들의 지지율이 다시 차는 것을 마치 보수의 승리처럼 인식하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도 KBS라디오에서 "그런 대통령을 계속 감싸 안고 가면 국민에게 돌팔매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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