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한국 남녀 가사 노동 시간 격차 커"
"급속한 발전 속 男, 성 규범서 뒤처져"
"한국 남녀가 가사에 투입하는 시간의 차이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어마하게 크다."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3~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2025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우리나라 저출산의 주요 원인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 경제 성장이 매우 빨랐고, (그 과정에서) 성 규범 측면에 있어 남성이 여성보다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내가 아이를 낳는데 당신이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며 "그게 바로 (한국 저출산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에서 8년 연속 하락해 지난해 사상 최저인 0.72명까지 내려왔다.
한국 정부가 출산·육아 관련 보조금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골딘 교수는 "유럽에서도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골딘 교수는 취재진에게 지난해 12월 발표한 새로운 논문인 '아기들과 거시경제(Babies and the Macroeconomy)'를 소개하며 한국의 저출산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논문에는 남성의 가사·육아 참여도가 낮을수록 출산율이 낮고, 이는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한 국가에서 두드러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가사·육아노동시간이 10시간일 때 한국 남성은 2.3시간으로 일본(1.8시간), 튀르키예(2.2시간) 다음으로 남성의 가사 참여율이 낮은 편이다.
골딘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 일본 등 빠른 경제 성장을 경험한 국가에서 전통적 관습과 현대적 가치의 갈등이 심화되며 여성의 출산율 급락으로 이어졌다"며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세대 간 역할 분배를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 차원의 보육 정책 마련도 강조했다. 그는 3일 진행된 '누가 돌보는가. 돌봄, 돌봄 노동, 그리고 가족 휴가 정책' 세션 발제에서 "보육 정책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며 국가 차원의 보육 정책 마련 등 미래 정책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골딘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해 왔고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1990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첫 여성 종신 교수로 임명됐고, 2013년에는 전미경제학회 회장을 지냈다.
샌프란시스코(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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