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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황동혁 감독 "성기훈은 돈키호테…우리에게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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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로 바위 치는 성기훈, 돈키호테 닮아
헛된 생각 갈수록 커져 "몽상가라서 가능"
"이념과 사상 중시한 시대 지난 듯…서글퍼"
"권력자에게 질문 자체로도 의미 충분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 성기훈(이정재)은 위험천만한 계획을 도모한다. 게임을 중도 하차하려는 참가자들에게 주최 측을 기습하자고 제안한다. 게임을 이어가려는 참가자들에게 일부가 공격받는 틈을 타서 총기를 뺏으면 승산이 있다고 설득한다. 1번 참가자로 위장한 프런트맨(이병헌)은 의문을 제기한다.


[라임라이트]황동혁 감독 "성기훈은 돈키호테…우리에게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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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위해서 작은 희생은 감수하자는 건가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 큰 희생을 치르게 될 겁니다. 지금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번에 반드시 이 게임을 끝내야 합니다."


성기훈은 불의에 대항하고, 그가 겪은 불행을 다른 이들이 겪지 않게 하려고 게임에 다시 뛰어들었다. 그러나 판단의 자발성과 엄정함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황동혁 감독은 세상에 정의를 내리고 불의를 타파하기 위해 출정하는 돈키호테를 가리켰다.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비극적 삶이지만 자신을 둘러싼 물질성과 속물성에 맞서 이상을 찾는 여정이 닮아있다고 봤다.


[라임라이트]황동혁 감독 "성기훈은 돈키호테…우리에게 필요해"

"성기훈은 시즌 1에서 게임을 통해 현실을 자각했다. 경쟁사회에서의 낙오가 게으름이나 무능 탓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혁명적 사고를 하기에 이른다. 선한 의도가 어떻게 좌절되는지 시즌 2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인류 역사에 비슷한 사례가 꽤 있다. 사회주의 혁명이 대표적 예다. 모두를 잘살게 하겠다는 목표에서 시작했으나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망가졌다. 성기훈도 다르지 않다. 애초 목표는 정의로웠으나 번번이 계획이 좌절되면서 무모한 반란을 꾀한다. 흡사 달걀로 바위를 치는 돈키호테 같다."


돈키호테는 피상적이고 표층적인 근대적 인식론의 비웃음을 뒤로 하고 괴물인 풍차를 향해 돌격한다. 근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심층의 세계를 살아간다.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지 않고 모험에 뛰어들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진정한 '나'가 된다.


성기훈의 여정도 비슷하다. 그는 시즌 1에서 프런트맨의 말에 분개한다. "경마 좋아하시죠? 당신들은 말입니다. 경마장의 말. 의외였어요. 당신은 얼마 달리지 못할 줄 알았는데." "누구야, 너?" "그냥 꿈을 꿨다고 생각해. 당신한텐 그렇게 나쁜 꿈도 아니었잖아."


[라임라이트]황동혁 감독 "성기훈은 돈키호테…우리에게 필요해"

1년 뒤 성기훈은 미국행 비행기를 포기하면서 다른 사람이 된다. "잘 들어. 난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그래서 궁금해. 너희들이 누군지, 어떻게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그래서 난 용서가 안 돼." 황 감독은 "성기훈이 몽상가의 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실현성 없는 생각은 게임을 할수록 커진다. 그 정점이 공공선을 이루려면 주최 측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크나큰 모순이 존재한다. 프런트맨의 말대로 게임을 중단하려면 오른쪽 가슴에 'O' 명찰을 단 참가자들을 죽이는 편이 더 수월하다. 성기훈은 구체성 없는 계획으로 이보다 훨씬 어려운 길을 택한다. 그저 인간의 선함을 믿고 있을 뿐이다.


일련의 과정을 두고 많은 시청자는 개연성은 물론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황 감독은 "답답해 보일 수 있겠지만 몽상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라임라이트]황동혁 감독 "성기훈은 돈키호테…우리에게 필요해"

"지금이 1980~1990년대라면 그런 지적이 없었을 듯하다. 몽상가를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 그만큼 이념과 사상이 중요시됐다. 요즘 사람들은 몽상가를 바보로 여기는 듯하다. 시청자 반응을 확인하는데 서글프더라. 대학교 때 데모하던 학생들은 어디론가 잡혀갈 줄 알면서도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렇게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는 일들이 더는 성립될 수 없음을 느꼈다."


사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연출하기 전에도 이런 기류를 읽고 있었다. 게임 방식에 변화를 준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끝날 때마다 생존자들이 게임 지속 여부를 공개적으로 투표하고, 이를 다수결로 정하게 했다. 'O'를 누른 참가자들은 "한 판 더!"를 외친다. 반대로 'X' 쪽 참가자들은 불안에 사로잡힌다. 황 감독은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편 가르기와 선 긋기, 서로 반목하며 갈등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프런트맨은 왜 투표를 도입했을까. 황 감독은 "게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1에도 투표는 있었다. 그러나 게임에서 중도 하차하면 돈을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었다. 참가자들이 투표할 수 없게끔 유도한 설정이었다. 그런데 사회적 분위기가 무언가를 더 욕망하는 방향으로 흐르더라. 프런트맨은 확신했을 거다. 상금이 어느 정도 차지 않으면 참가자들이 만족하지 않을 거라고. 달라진 설정은 성기훈에게 더 치명타일 수 있다. 인간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라임라이트]황동혁 감독 "성기훈은 돈키호테…우리에게 필요해"

내면에 영웅의 잔재를 품은 인간의 삶은 불투명한 미래에 맞서 싸우는 투쟁의 연속이다. 행동력이 필요한 시대에 그 가치는 더 빛날 수 있다. 돈키호테가 인간이 신에게 희망을 걸지 않고 먼저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에 필연적으로 탄생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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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훈이 필요한 세상이다. 너무나 살기 힘들어졌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취직자리는 점점 사라진다. 정치도 엉망이다. 매일 서로 삿대질하며 싸운다. 옆이나 아래로 손가락질하는 세상이 무섭고 슬프다.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모두가 나 살기 바쁘다고 외면할 때 모두를 위해 위로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권력자에게 질문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것이 달걀로 바위 치기에 불과하더라도."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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