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임박하면서 최근 월가의 주요 은행들이 줄줄이 기후협정을 탈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이날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기후협정인 ‘탄소중립 은행연합’(NZBA)를 공식 탈퇴했다. 모건스탠리는 시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이어 이번 주에만 NZBA를 떠난 세 번째 월가 은행이다. 골드만삭스와 웰스파고는 지난달 NZBA를 나간 상태다.
NZBA는 유엔 주도로 2021년 설립된 글로벌 은행 연합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은행들의 금융 포트폴리오를 파리기후협정의 목표와 일치하도록 조정하는 것이 조직의 주요 임무다. 현재 전 세계 140여개 은행이 가입돼 있다.
NZBA를 탈퇴한 미국의 은행들은 이번 결정이 기후 목표 거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해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모건스탠리는 "우리의 탄소 제로 달성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고, 시티그룹 또한 "우리는 탄소중립 달성에 전념하고 있으며 진행 상황에 대해 계속해서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결정에는 기후 위기 회의론자인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이탈은 미국 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정치적 배경 속에 발생했다"며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탄소중립 단체를 기후 카르텔이라고 규정한 공화당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예고해온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면서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역시 조직적인 기후 활동에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하원 사법위원회를 이끄는 공화당의 짐 조던 의원은 금융기관들이 NZBA 등 환경 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기후 카르텔"이라고 비판했으며, 텍사스를 포함한 11개 주는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미국의 ‘빅3’ 자산운용사가 기후 친화적 투자 방침으로 석탄 기업에 압력을 행사했다며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공화당이 2025년 워싱턴 D.C.를 점령하고 소위 ‘깨어 있는’ 활동에 대한 정치적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며 "온실가스를 전 세계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결성된 또 다른 기후 연합인 클라이밋액션100+(CA100+) 역시 JP모건, 블랙록, 핌코 등의 회원사를 잃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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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 활동을 배척하고 석유와 가스 개발의 대대적인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 정치권에선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어깃장'을 놓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 미국 연안 수역에서의 석유와 가스 신규 개발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을 퇴임(20일) 전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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