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윤석열 탄핵 심판 등 변수 지목
"정치 리더, 역사적 책무 짊어져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2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에 미치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구조적 부진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정치 리더가 대전환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의장은 올해 경제가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실질 GDP 성장률은 각각 -0.2%, 0.1%에 불과했다. 그는 "국내 기관들은 2%대 성장률을 예상하는데 올해 1.5%도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 경제는 구조적 부진에 빠졌다. 해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적 부진의 이유로는 반도체와 내수 부진 등을 꼬집었다. 홍 의장은 "반도체를 빼면 한국의 수출은 10년 전과 다를 바 없다"며 "자영업자는 이자 부담과 소비 부족으로 인해 사실상 한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과 고용이 좋지 않으니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는다"며 "기업도 과감하게 장기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경제 변수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손꼽았다. 미국 중심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전 세계가 두려워하는 '트럼프 포비아'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홍 의장은 "트럼프 포비아로 소비 심리, 투자 심리를 더 줄일 것"이라며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등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도 변수 중 하나다. 지난달 27일 원·달러 환율은 정국 불안에 한때 1486.7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홍 의장은 "윤 대통령이 탄핵당한다고 해도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이어진다"며 "내란 사태와 탄핵으로 인해 기업이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 의장은 외교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국내 기업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 충분히 미국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저변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 기업만큼 미국에 투자한 곳이 없다"며 "미국의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기에 트럼프에게 할 말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정책을 보면 모순적인 면이 있다"며 "막상 임기를 시작하면 예측 불가능한 의사결정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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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의장은 부진에 빠진 한국 경제를 위해 올해 구조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가 그 역할을 선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경제를 위한 제언이라고 하지만 교육 등 한국의 전반적인 구조를 뜯어고쳐야 할 때"라며 "현재 한국의 정치 리더에게는 과제가 주어졌다. 정치적 이익만 고려할 때가 아니라 역사적인 책무를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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