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 마쳤지만 이렇다 할 메시지 없어
남측 언급 생략…대외보다 대내 결속 주력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하고 나선 지난해와 달리 비교적 신중한 자세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 대해 가장 강경한 대응 전략을 밝혔지만, 기존의 적대 방침을 유지하는 선에 그쳤다. '트럼프 2기' 출범까지 모호성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3~2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진행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하에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해 강력히 실시해나갈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천명했다고 밝혔다. 이 전략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통상 연말에 열리는 전원회의에선 해당 연도의 주요 정책들을 평가하고 내년도 투쟁 방향 등을 제시한다. 올해 내내 지속됐던 남측과의 단절 작업은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게 기점이었다. 특이점이 있다면 올해 전원회의는 개최 사실을 알리는 보도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닷새간 진행을 완료한 뒤 전날 보도됐다는 점이다.
북한은 남측을 무시하고 미국을 상대하는 '통미봉남' 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미국은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라며 "미·일·한 동맹이 침략적인 핵군사블럭으로 팽창되고 대한민국이 미국의 철저한 반공전초기지로 전락된 현실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명백히 제시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다 할 대남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고, 북한군 파병을 비롯한 러시아와의 협력 상황도 언급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반(反)서방 전선에서 북한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위적 전쟁억제력 강화' '국방과학기술 진보' 등 군사력 증대를 중심으로 한 목표를 제시했다. 핵무력 강화 정책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대외적으로 따로 공개되진 않았다.
정부는 북한이 '체제 결속'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외 메시지를 최소화했고, 핵무력 고도화 등에 대한 구체적 과업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일단 현 정세를 관망하되,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입장을 구체화·가시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모호한 태도는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을 때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해온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등은 북한으로서도 직접적 영향이 예상되는 의제다.
주요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도 있었다. 김 위원장의 뒤를 잇는 내각 총리는 김덕훈에서 박태성으로 교체됐고, 부총리에 군 출신 김정관을 기용했다. 박태성은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 배석하는 등 김 위원장의 활동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온 최측근 중 하나다.
아울러 최선희 외무상과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은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됐다. 북·러 밀착에 따라 외교·군사 측면에서 역할을 해온 인사들의 위상이 강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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